혁신을 조달합니다_철도공사

적극행정의 경험이
혁신제품 지정으로

혁신구매 목표금액의 10배 달성

2020년, 철도공사는 혁신제품 구매에 302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는 혁신구매 목표액의 954%에 이른다. 철도공사는 어떻게 이렇게 높은 혁신구매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또한 철도공사의 혁신조달 실적인 협력업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철도공사의 정종호 차장을 만나 그 답을 들어봤다.

혁신제품 안에 철도용품이 없었다!

철도공사 재무경영실 동반성장처의 정종호 차장은 평소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담당해 왔다. 협력업체와 꾸준히 의사소통 하며 철도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그의 평소 업무였다. 공공 운송수단인 철도 관련용품은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으며, 안전하고 우수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우수한 기술과 제품 개발이 지속되어야만 한다. 공공성과 혁신성 있는 제품 구매는 늘 해오던 일이었다.

하지만 2019년 혁신조달제도가 처음 시행되면서, 물품구매액의 1%를 혁신제품 구매에 사용하라는 혁신구매 목표제도의 지침을 전달받고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당시 조달청 혁신장터에 등록된 66가지 혁신제품 가운데 철도관련 제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정종호 차장은 철도공사 협력업체의 제품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될 길은 없는지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혁신제품 지정에 패스트트랙3 항목이 새로 만들어졌다.

중소기업의 우수제품을 선별해서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는 과정은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정부 각 부처의 R&D 과제를 수행한 결과물 가운데 혁신성과 공공성을 따져본다(패스트트랙1). 다음으로 조달청이 상용화 전 단계의 시제품 가운데 혁신성과 공공성을 인정해서 혁신제품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패스트트랙2). 패스트트랙3는 정부 각 부처에서 혁신성과 공공성을 갖춘 제품을 추천하면 기재부 조달정책심의위에서 평가하는 과정이다.

정부 부처에서 패스트트랙3에 제품을 상정하기 위해선 근거가 필요하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신기술(NET)이나 신제품(NEP)으로 인증한 제품 또는 우수특허제품은 패스트트랙3에 응모할 자격이 있다. 정부 부처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제품을 중소기업에서 개발하도록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정부 부처는 제품이 기술을 실제 활용 가능한지 테스트한다. 이런 방식을 솔루션 공모형이라고 한다. 솔루션 공모형 제품 역시 패스트트랙3에 상정할 수 있다. 철도공사는 철도 운영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력업체에 기술과 제품 개발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 정종호 차장의 담당 업무이기도 했다. 2020년 7월 27일, 기획재정부에서 패스트트랙3의 혁신제품 공고를 내자마자 정종호 차장은 협력업체에 연락했다. 8월 12일까지가 접수 기한이니 서둘러 혁신제품 지정을 신정하라고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철도공사의 협력업체는 14종의 개발제품을 패스트트랙3 혁신제품으로 응모했다. 이 가운데 7품목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었다. 수의계약 자격이 생긴 협력업체들은 제품을 조달청 혁신장터에 등록했고, 철도공사는 혁신구매에 나섰다.

솔루션 공모형 제품은 패스트트랙3를 타고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철도 관련 제품은 전차선로 까치집 검출장치, 고체 절연 급전개폐장치, 통합형 선로전환기, 고속철도차량 ATP 화면표시기, 전차선 및 신호 검측 시스템, 지상 신호설비의 차상 검측시스템, 차상신호 컴퓨터(KVC)의 7종이다.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고속철도는 최첨단 이동수단으로 평가받지만 아주 전통적인 요인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2월부터 5월까지 산란기가 되면 까치들은 나무나 전신주 등에 집을 짓고 알을 낳는다. 문제는 전차선이 흐르는 곳에도 까치집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까치집은 철도 단전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곤 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조류 때문에 발생한 장애가 11건에 이르렀고, 같은 기간 철도공사는 연평균 7,000개가 넘는 까치집을 제거해야 했다. 전국에 넓게 퍼진 철도망 가운데 어디에 까치집이 만들어졌는지 육안으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철도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1월에 까치집 검출장치 개발 공고를 냈다. 답을 찾은 기업은 시티이텍이었다. 시티이텍은 시속 150km의 동력 차량에 탑재해서 까치집을 검출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영상과 GPS 속도에 따라 검출영역의 까치집 인식을 CNN 등 여러 가지 알고리즘으로 선별, 분석한다. 검출된 까치집 정보는 최대 3인의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MMS 발송된다. 까치집 이미지와 GPS위치, 전주번호, 운행Km까지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까치집을 제거해서 단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고체(에폭시) 절연 급전개폐장치를 개발한 중소기업은 인텍전기전자다. 인텍전기전자는 스위치기어를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자는 취지에서 고체(에폭시) 절연 급전개폐장치를 개발했다. 스위치기어는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인데, 과거에는 전기의 흐름을 끊어주는 절연매질로 SF6(육불화황) 가스를 사용했다. SF6 가스는 교토의정서에서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6대 온실가스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물질이다. 산업계에서 50년 이상 절연매질로 사용되어 왔지만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3,500배에 이를 정도로 환경에 해롭다는 게 밝혀지면서 퇴출되는 분위기다. 철도공사도 전 세계적 환경 이슈에 발맞추어 친환경 급전개폐장치의 개발을 협력사에 의뢰한 상태였고, 인텍전기전자에서 그 답을 내놓은 것이었다. 고체(에폭시) 절연 급전개폐장치는 환경 문제에만 장점을 지닌 게 아니었다. 가스절연방식은 2,000번 동작할 때마다 점검하고 보수하야 했다. 유지보수와 장애처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에폭시를 절연재로 활용한 신제품은 다빈도 동작에 유지보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내진기능의 추가도 전과 달라진 점이었다. 환경정책에 기여하면서 인력과 경비도 절감해주는 만큼 공공성과 혁신성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었다.

협력업체 세화의 통합형 선로전환기도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었다. 대부분의 철도 주요 신호설비는 열차의 고속화 및 고밀도화, 전기·전자기술의 발달 등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제품으로 개량되었다. 하지만 선로전환기는 40년 전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열차는 더 빠르고 차량 간격도 빡빡해지는데 선로전환기는 예전 그대로이다보니 선로 전환 과정에서 열차사고를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세화는 기존의 분기기와 호환가능하면서 안전성과 내구성을 크게 향상한 통합형 선로전환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작동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지해서 고장점을 표시하는 자가진단 기능까지 갖추었다. 안전성과 경제성, 유지보수성이 강화되어 공익에 부합하는 제품이다.

협력업체 애츠는 원천기술을 공개하지 않는 외국산 부품을 국산화한 고속철도차량 ATP 화면표시기를 개발했다. ATP는 열차의 속도를 감시하고 기관사에게 실제 허용속도와 거리정보 제공하는 장치다. 기관사는 ATP 화면처리기를 통해 열차의 현재속도와 허용속도, 위치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열차의 운행제어 및 안전운행에 필수적인 중요 장치다.

투아이시스는 전차선 및 신호 검측 시스템을 혁신했다. 전차선 마모는 전차선 수명단축 및 단선을 초래한다. 특히 팬터그래프와 전차선간 지속적인 마찰을 통해 발생하는 전차선의 마모는 집전성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기존에는 작업자가 육안으로 마모 정도를 측정했다. 투아이스는 영상기술을 활용해서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전차선의 마모나 변형을 검측하는 새로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테크빌은 지상 신호설비의 차상 검측시스템과 차상신호 컴퓨터(KVC)의 두 가지 혁신제품을 개발했다. 지상 신호설비의 차상 검측시스템은 달리는 철도에서 지상의 신호설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서 철도 시설물을 예방적으로 유지보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직접적으로는 시설물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내고, 간접적으로는 철도 운행의 안전성을 높여준다. 차상신호 컴퓨터는 철도전용 무선통신망을 이용한 열차제어시스템의 핵심장치다.

준비된 성공을 끌어낸 ‘경험의 힘’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철도공사 협력업체들의 제품은 대부분 철도운행의 안전성을 향상하고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하게 해주는 장치들이다. 공익성과 혁신성 모두 확실한 제품이기도 하다. 이 제품들은 국토교통부 솔루션제안형 제품으로 패스트트랙3에 상정된 후 혁신제품으로 인정받았다. 철도공사는 이들 제품이 조달청 혁신장터에 등록된 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새로 쓸 만한 물품을 찾아서 고른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도록 의뢰하고 성능을 테스트해오던 터라 구매 계약은 빠르고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철도공사는 정부 부처의 R&D 과제형 패스트트랙인 패스트트랙1이나 혁신시제품 패스트트랙인 패트스트랙2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통신 빅데이터 기반 도시철도 의사결정지원시스템’과 ‘광섬유 센서 기반 철도선로 안전모니터링시스템 개발’의 2건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모한 혁신조달연계형 국가R&D로 지난해 5월부터 협약과제를 수행 중이다. 두 건 모두 올 12월에 종료된다. 철도공사는 패스트트랙2에도 5건의 아이디어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4건을 조달청에서 채택했다.

“철도공사의 혁신구매 실적은 2021년 현재도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철도공사는 혁신구매 목표금액을 전체 구매금액의
1%에서 1.8%인 72억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목표는 상반기에 이미 3배 가까이 초과 달성했다.”

철도공사가 올 상반기에 지출한 혁신구매 실적은 200억 원이 넘는다. 이는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과 손잡고 꾸준히 공공성과 혁신성을 갖춘 제품 개발을 진행해온 철도공사의 오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철도공사는 혁신조달 제도가 신설되기 전부터 철도실용화기술사업, 구매조건부 개발사업, 개발선정품 지원사업 등 정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바 있다. 철도공사의 놀라운 구매 성과는 어느 한 해의 반짝이는 결과가 아니다. 혁신적인 제품 및 기술 개발로 안전하고 수준 높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중소기업과 협력체계를 갖추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곡차곡 축적한 적극행정의 경험은 빠르게 패스트트랙을 타고 혁신제품의 지정으로 전환했다. 철도공사의 성공 사례는 이미 준비되었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