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조달합니다_샤픈고트

시장가치를 뒤바꾸는
혁신조달

스마트소화기부터 인공지능 재난안전 시스템까지

혁신제품으로 인정받은 샤픈고트의 상품명은 ‘트리토나’다. 트리토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텀블러로 오인하곤 한다. 다채로운 색상의 원통 형태가 꼭 커피 전문점에서 공들여 디자인한 텀블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트리토나의 하단부를 분리하면 투명용액을 담은 통이 나온다. 생수통이 아닌가 싶지만 플라스틱 통 안에는 소화용액이 들어있다.

스마트소화기는 소화기가 아니다?

트리토나는 화재 현장에 투척해서 불길을 잡는 제품이다. 투척형 소화기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지만 문제가 있다. 법적으로 소화기는 압력으로 분사되는 장치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화재 진압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투척하는 물체는 소화기가 아니라 간이 소화용구에 해당한다.

샤픈고트는 트리토나를 ‘스마트소화기’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샤픈고트의 권익환 대표는 트리토나가 소화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트리토나는 인공지능 연계형 재난안전 시스템을 지향하는 제품이다. 소화기는 트리토나의 다양한 기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제품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마지못해 ‘스마트소화기’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스마트소화기는 소화기가 아니다?

트리토나는 화재 현장에 투척해서 불길을 잡는 제품이다. 투척형 소화기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지만 문제가 있다. 법적으로 소화기는 압력으로 분사되는 장치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화재 진압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투척하는 물체는 소화기가 아니라 간이 소화용구에 해당한다.

샤픈고트는 트리토나를 ‘스마트소화기’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샤픈고트의 권익환 대표는 트리토나가 소화기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트리토나는 인공지능 연계형 재난안전 시스템을 지향하는 제품이다. 소화기는 트리토나의 다양한 기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제품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마지못해 ‘스마트소화기’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제조업체, 인슈어테크에 도전하다

샤픈고트의 권익환 대표는 과거 수입자동차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소비자가 문콕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2년 5월 1일, 그는 샤픈고트를 창업하고, 직접 개발한 문콕 방지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이듬해 미국 피츠버그 국제신제품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샤픈고트는 부채율이 3.000%에 이를 정도의 자본 잠식 상태에 들어서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2016년, 권익환 대표는 130만원을 들고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재기할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안전 관련용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몇 년간 제조업 경험을 쌓으면서 느낀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1년 넘게 공을 들여 설계한 제품도, 중국의 모방기업이 역설계해서 유사품을 내놓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럼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 끝에 유아용품이나 건강용품, 안전제품이 적합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분야의 제품은 중국산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권익환 대표는 3~4일 간격으로 에어비앤비를 돌아다녔다. 때로는 하루 대여료 5만원의 트레일러 차량에서 묵기도 했고, 노숙자들이 많은 빈민촌에서 숙박하기도 했다. 흑인, 백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주거 형태를 관찰하면서 공통점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소화기보관함을 떠올렸다.

2016년은 인슈어테크가 갓 등장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인슈어테크는 테크놀로지와 보험을 결합한 신조어인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용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운동량을 측정해서, 사용자가 정해진 만큼의 운동을 소화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대표적인 인슈어테크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모니터해서 자동차보험료를 경감하는 상품 역시 인슈어테크에 해당한다.

단층 목조건물이 많은 미국에선 화재 예방을 위해 사물인터넷 기능을 갖춘 소화기를 비치할 경우 손해보험 납입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가정이 소화기를 비치할 것은 분명해 보였다. 소화기는 인테리어를 망치기 십상인데, 위기 상황에서 빨리 활용해야 하므로 숨겨둘 수도 없었다. 소화기보관함은 썩 괜찮은 아이템처럼 보였다. 하지만 설계를 진행할수록 아이템은 점점 단순한 소화기보관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4년의 연구개발 끝에 드디어 트리토나의 시제품이 완성되었다.

세계가 인정한 혁신제품, 제도의 벽에 가로막히다

트리토나의 하단부를 분리하면 소화액을 본체에서 분리할 수 있다. 가볍고 강력한 소화액은 순식간에 화재를 진압하거나 탈출로를 확보해준다. 여기까지의 트리토나는 소화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트리토나는 네트워크로 중앙 관제실과 연결된다. 그리고 1분 단위로 재난안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서 관제실로 송출한다. 모바일 앱을 통해 트리토나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도 있다. 내재된 고성능 열감지 센서는 초기에 화재 발생을 파악한다. 그리고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미리 지정해둔 휴대폰으로 구조신호와 위치정보가 전송된다. 위기 상황은 화재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괴한의 침입과 같은 긴급사태도 위기 상황에 해당한다. 시스템 제어 방식도 최첨단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음성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고, 본체의 원터치 긴급호출 단추를 눌러서 구조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화재로 전기공급이 차단되면 비상 보조전원이 공급된다. 본체에는 신속하게 연기를 배출하기 위한 유리 파쇄기도 부착되어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 때문에 트리토나를 단순한 소화기라고 말하긴 적합하지 않다. 가정용 재난안전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세계는 혁신적인 신제품에 갈채를 보냈다.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와 독일신제품전시회 iENA가 샤픈고트에 트로피를 건넸고, 16건의 국내·외 지적재산권 등록을 완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최초’라는 사실이 문제가 됐다. 기존의 제도로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허청에선 트리토나를 소화기보관함으로, 관세청에선 화재감지기로, 소방산업기술원에선 소화간이용구로 허가를 냈다. 제품 단가를 낮추고 자동차와 같은 이동수단에 탑재하기 위해 트리토나의 스탠더드 모델은 네트워크 기능을 제외했다. 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모델은 정보통신부 관할, 스탠더드 모델은 소방청 관할이 되었다. 이렇게 복잡해지니 대한민국 시장에 트리토나를 내놓을 길이 막막해졌다. 권익환 대표는 트리토나의 국내 출시를 포기하는 것까지 고려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트리토나의 소화용액을 인증 받는 데에만 1년 넘게 걸렸으니까요. 국내 출시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인 2019년 말에 혁신조달 제도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혁신제품 신청을 해보라고 했지만 뭐가 다를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본부장이 제 동의도 받지 않고 트리토나의 혁신제품 신청을 했더군요. 2020년 5월, 트리토나가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서 회사의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혁신조달에서 길을 찾다

수의계약 자격이 생긴 샤픈고트는 트리토나를 조달청 혁신장터에 등록했다. 곧 서울 영등포구 시설관리공단, 부산 사상구청, 한국조폐공사, 부산교대, 울주군시설관리공단, 국립해양조사원 등 6개 기관이 혁신공공조달 테스트기관으로 선정되어 트리토나를 구매했다. 이들은 피드백을 주면서 제품 평가도 진행했다. 6개 기관 모두 90점 이상의 우수 판정을 내렸다. 너무 혁신적이어서 오히려 외면 받았던 트리토나의 품질이 드디어 공공기관에 의해 인정받게 된 것이다.

“조달 등록 이후 매출이 급성장했습니다.
순수하게 조달로 발생한 매출도 있지만
그보단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났고,
조달 등록으로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게 큽니다.
예전과 달리 영업하기도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2021년 6월 27일 아침에는 큰 피해를 낼 수 있던 화재를 트리토나로 조기 진압한 사건도 있었다. 부산시 사상구의 한 건물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스레인지에 라면을 올린 후 깜빡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분말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려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지만, 이웃집에서 트리토나 2기를 투척해서 불길을 잡았다. 덕분에 건물에 거주하던 6인이 탈출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혁신공공조달 테스트기관으로 선정되었던 사상구청은 지역 내 임신부와 출산 전후 여성, 1인 여성가구 등 2,000세대에 트리토나를 제공했는데, 이 제품이 화재 진압에 사용된 것이다.

화재를 조기 진압하며 인명 피해를 막았지만 트리토나는 소화기가 아니다. 화재 진압보다 예방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샤픈고트 역시 제품 판매보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재난안전 서비스를 중장기적인 비즈니스모델로 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트리토나를 통해 수집한 재난안전 관련 빅데이터 관련사업 비중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제품의 혁신이 산업혁신, 나아가서는 사회의 재난안전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신뢰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권익환 대표는 기업의 신뢰도 향상에 공공기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입을 열었다.

“혁신조달로 지정되어 가장 기쁜 점은 B2G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B2C로 서비스를 시작하면 제품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개발 초기는 재난안전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지 못한 상태니까요. B2G 레퍼런스로 시작한 또 하나의 장점은 해외 진출입니다. 원자력발전소, 경찰청, 조폐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 납품하게 되면서 해외 판로도 열렸습니다. 베트남의 공공기관은 우리 제품이 대한민국 정부의 인증을 받으면 그에 준용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인증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올 7월에는 유엔OPS에도 조달 등록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조달청에서 검증한 제품이니 해외 조달시장에도 나갈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서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샤픈고트의 제품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정부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창업 7년이 넘은 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정부의 어떤 기관도 2012년에 창업한 샤픈고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투자자와 시장도 모두 외면한 제품을 오직 조달청에서만 혁신성 있다고 살펴보고 기회를 준 겁니다. 조달협의회를 통해 다른 기업 관계자를 만나보면 정부에서 더 많이 구매해줄 줄 알았는데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혁신조달은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혁신성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계속 도전해서 스스로를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권익환 대표는 샤픈고트가 앞으로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첨단 모빌리티와 관련한 글로벌 지능형 안전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