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 지속가능한 세계는 전 지구적 화두다. 그런데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어떤 이들에겐 체감하기 어려운, 너무나 거대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준영 대표의 상황은 달랐다. 그의 둘째 딸에게 장애가 있기 때문이었다. 박준영 대표는 십여 년간 딸의 등하교를 도우면서 많은 장애아동을 봐왔다. 그는 장애인에게 지속가능한 미래,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주기 위해 2010년 7월 세진플러스를 설립했다.
“세진은 제 둘째 딸의 이름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아이 같은 친구들을 생각해서 플러스를 붙였습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만든 회사인 거죠,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생각은 비슷합니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부모가 자녀보다 오래 살겠다는 건 순리적인 일이 아니지만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인들이 일하면서 일반인들이나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장을 설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럼 나라에서 사업장을 보호할 테니, 그 안에서 사는 아이들도 보호받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었죠.”
세진플러스는 봉제업을 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박준영 대표가 1976년 재단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봉제산업 종사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까지 35년간 봉제공장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일반적인 옷을 만들다가 2010년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면서 구조기능성 의복을 개발했습니다. 발달장애나 뇌 경변 장애인들은 옷을 입고 벗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겨울에 화장실 갈 때 많이 불편합니다. 이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옷을 탈부착 방식으로 만든 것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박준영 대표의 고민은 깊어갔다. 하루하루 전통적인 봉제업의 한계를 절감한 탓이었다.
“세진플러스를 설립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게 하나고, 장애인을 위한 직무사관학교를 여는 게 다른 하나입니다. 삶과 직업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직업은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누구에게나 한 가지 장점은 가지고 태어났다고 믿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 있는 삶이기도 하고요. 장애인들이 즐기면서 하는 일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평생 봉제업만 해 와서 다른 쪽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봉제업으론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직업이 확산되고 발전해야 많은 장애인이 계속 일할 수 있을 텐데 사양산업으로 길을 열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재단하고 남은 ‘짜투리’들이 박준영 대표의 눈에 들어왔다. 옷을 만들 때에는 15~20%의 원단 로스가 발생한다. 고민이 깊어지니 수십 년간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 되어온 원단 손실분이 전혀 새롭게 보인 것이다. “과거에는 짜투리를 모두 소각했습니다. 이걸 다시 활용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2년간 섬유 재활용 기술에 대한 유튜브와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40년 넘게 현직에서 섬유를 다뤘지만 이걸 분해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전문지식을 갖춘 것도 아니어서 3편 정도의 논문을 볼 때까진 시간도 무척 많이 걸렸습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찾아보고, 기계설비 개발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했으니까요.”
업사이클은 리사이클과 다르다. 리사이클은 사용한 제품을 세척 등의 과정을 거친 후 다시 사용하는 것이지만 업사이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 등의 요소를 투입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그래서 리사이클의 ‘재활용’과 차별해서 ‘새활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까지 섬유와 관련한 친환경 업사이클 기술은 화학적인 방법 위주로 발전해 왔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을 신소재 섬유로 되살리는 기술이 유명하다. 페트병을 녹여서 실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만든 옷이나 가방이 전 세계에서 각광받았다. 세진플러스의 핵심기술은 이와 달리 물리적인 방법으로 섬유를 건축용 자재로 부활시킨다. 섬유를 오리 솜털처럼 잘게 쪼개어 압착하는데, 폐 섬유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섬유를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2018년 6월, 세진플러스의 친환경 섬유 패널인 ‘플러스넬’은 이러한 기술로 태어났다.
2017년 환경부 ‘폐기물 발생 현황’에 따르면 매일 416.9톤의 섬유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연간 400억 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섬유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탄소 문제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예방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벌목을 금지하거나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건축용 자재도 희소해지는 추세다. 버려지는 섬유 폐기물을 건축재로 업사이클 하는 세진플러스의 신기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박준영 대표는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앞서 어떤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던 그는 섬유로 건축용 지붕 재료를 만들었던 사례를 발견했다.
“2015년부터 섬유 폐기물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는데, 선배 개발자 가운데 섬유를 압착해서 슬레이트 지붕을 만든 분이 있습니다. 저도 이걸 해보려고 공장의 한쪽 구석을 빌려서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습니다. 기계설비에 대해 잘 몰라서 공장 엔지니어들을 엄청나게 귀찮게 하면서 배워나가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밤에 기계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저는 멘탈이 붕괴되었습니다. 저야 배우고 익히는 게 신났지만,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그만해야겠다 싶었습니다. 1주일 후에 공장 측에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하겠으니 설비를 판매해서 공장 복구비용으로 쓰고, 그걸로 부족하면 알려달라고요. 그랬더니 오히려 공장 측에서 다 왔는데 왜 그만 두느냐고, 도와줄 테니 다시 힘내라고 격려해주시더군요. 그때까지 진행 과정을 차분하게 정리해봤는데, 곡면의 슬레이트보단 그냥 평면으로 개발하는 게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곡면을 살리면 지붕용 자재로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평면이면 오히려 활용할 데가 훨씬 많으니까요.”
박준영 대표는 자신에 앞서 섬유 폐기물의 재활용 방안을 찾았던 기업 또는 개발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실패의 경험을 성공의 디딤돌로 삼았다.
“개발 선배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실패의 원인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화학제품인 접착제를 사용해서 섬유를 붙이려고 한 점이 시대에 맞지 않았습니다. 접착용 본드는 대부분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섬유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섬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섬유에 따라 성질도 다르죠. 섬유를 재활용하려면 섬유의 성질을 잘 알아야하는데 여기 적합한 분이 없었습니다.”
건축용 패널은 사용처에 따라 다양하다. 지붕용 건축재는 비바람에 잘 견뎌야 하고, 단열재는 보온성이 높아야 한다. 천장용, 내벽용, 외벽용, 바닥용 건축재도 모두 용도에 최적화된 개별적 특성을 지녔다. 세진플러스는 섬유의 고유한 성질을 그대로 살려서 다양한 건축용 패널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면이나 목화 같은 자연섬유는 주로 사람의 몸을 감싸는 데 이용됩니다. 그러니까 보온성이 뛰어나고 푸근한 성질을 지녔습니다. 건축용 단열재로 좋습니다. 현수막용 섬유는 가장 저렴하면서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현수막의 용도 자체가 비바람이나 햇빛, 모래 등을 견디면서 버티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니까요. 건축재에선 외장재로 안성맞춤이죠. 우리 주변에는 아주 다양한 섬유들이 있고, 각각의 특성도 다릅니다. 섬유의 성질을 이해하고 살릴 수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지난 2021년 5월, 세진플러스는 모듈러 주택인 스마트 에코 하우스를 공개했다. 스마트 에코 하우스는 골조를 제외하곤 모두 섬유 패널인 플러스넬로 만들어졌다. 12,000벌의 옷이 한 채의 집으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 수많은 옷들이 옷감의 특성에 따라 내장재와 외장재, 데크 등 서로 다른 건축 패널로 다시 태어났다. 그런데 화학섬유가 아닌 자연섬유의 가장 큰 특성은 쉽게 부식된다는 점이다. 세진플러스는 어떻게 자연섬유를 건축용 패널로 가공한 것일까?
“면이나 목화 같은 자연섬유는 식물에서 나옵니다. 습도에 약하기 때문에 악조건이라면 3개월에서 6개월이면 부식됩니다. 하지만 조건을 바꿔주면 자연섬유도 썩지 않습니다. 공기를 차단하면 됩니다. 화학섬유가 자연섬유를 감싸는 구조로 이들을 배합하면 자연섬유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화학섬유로 어떻게 코팅하느냐에 따라 내구성도 유지하면서 단열성과 보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다양한 섬유를 다양한 건축재로 바꾸는 일은 마술 같다.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으로 접어든 현재 세진플러스의 플러스넬에 뜨거운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박준영 대표는 관심만 뜨겁다며 웃었다.
“지난해부터 50개 이상의 기업에서 세진플러스를 찾아왔습니다. 재작년부터 탄소 중립이 이슈화하면서 관심은 확실히 뜨거워졌습니다. 하지만 건축 시장에 진입하긴 쉽지 않습니다. 어느 대기업의 중역이 그러더군요. 건축물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와 같다고요. 워낙 오랜 시장이라 좋은 아이템이 새로 나와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건축 분야는 사업화가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거쳐야 할 인증도 많습니다. 세진플러스가 플러스넬을 개발한 지는 4년쯤 되었는데, 지금까진 홍보에 집중했습니다. 생산설비도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도록 구축했습니다. 12,000벌의 옷으로 모듈러 하우스를 지은 것도, 이렇게 플러스넬 섬유 패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보여주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섬유의 종류만큼 섬유 패널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섬유를 분류해서 수거하긴 쉽지 않습니다. 버려진 의류를 소재에 따라 분류하면 A, B, C, D 등 천차만별입니다. 우리가 B 기능에 특화된 섬유가 필요하다고 해도, B 소재의 섬유만 수거하긴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섬유를 수거하는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자체나 대기업과 손을 잡고 하는 일이죠. 어떤 섬유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원료의 퀄리티는 극과 극으로 달라집니다. 헌옷을 옷감에 따라 분리수거하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올해 서울의 60개 업체를 통해 버려지는 원단을 수거해봤습니다. 통계를 보면 연간 4만 톤의 섬유가 폐기된다고 나오는데, 이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직접 수거해서 처리하는 양입니다. 불법으로 폐기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25만 톤쯤 될 겁니다. 세진플러스에서 당장 어떤 섬유 패널 하나를 잘 만드는 것보다 섬유 폐기물을 처리하는 구조를 순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회적 구조를 만들면서 함께 가야 합니다. 게다가 섬유 폐기물의 원료별 분류가 잘 될수록 섬유 패널의 부가가치는 크게 높아집니다. 섬유를 분리 배출해서 다시 활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세진플러스는 사업이 좀 늦어져도 전체적인 흐름, 더불어 다 함께 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저 스스로 바뀐 걸 느낍니다. 기업이니까 돈은 벌어야 하지만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바꾸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어딘가를 보니 기술을 제품화해도 시장에서 성공하는 확률은 4%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조금 더 빨리 가려고 서두르기보단 시간이 걸려도 좀 더 탄탄하게 땅을 다질 필요가 있는 거죠.”
그렇다면 2022년 현재 대한민국 건축시장에서 플러스넬의 섬유 패널은 얼마나 많이 활용되고 있을까? 청계천 공원의 벤치가 플러스넬로 만들어져 강한 내구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밖에 SK건설 모델하우스의 벽면과 내장재, 현대자동차 본사 전시공간의 벽면과 바닥재, 스타벅스 매장 천장의 마감재 등으로 플러스넬이 사용되었다. 아직까진 건축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기보다 전시 목적으로 활용되는 중이다.
“아직까지 섬유, 옷으로 만든 건축재라고 하면 신뢰성이 낮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사실 옷은 건축재와 다릅니다. 깨지는 대신 찢어지니까요. 신축성이 있다는 것도 차별성입니다. 다양한 장점이 있으니까 건축시장에서 관심을 가지지만 적극적으로 도입하진 못하고 있는 거죠.”
박준영 대표는 섬유의 차별적 성질을 건축에 도입하면 다양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복의 역사도 주택의 그것만큼이나 유구하고 꾸준한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두꺼운 외투로 추위에 맞섰지만 요즘은 얇은 옷을 겹쳐 입는 식으로 보온성을 높이는 추세다. 가볍고 편하면서 더욱 따뜻한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마찬가지입니다. 얇은 섬유 패널을 겹쳐서 보온성을 높이고 단열 성능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기존의 건축 자재에 맞춰 두께 몇 센티 이상의 단열재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진플러스가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서야 할 제도적 한계가 많습니다. 탄소중립으로 플러스넬에 관심이 고조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구매가 그만큼 많이 일어나진 않습니다.”
박준영 대표는 다시 웃으며 잘 되어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생산라인이 주문량을 받쳐주기 벅찬 탓이다. 그래서 당장은 플러스넬의 장점을 알리고, 섬유 폐기물의 분류배출 등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섬유 패널 역시 일단 현수막을 원료로 하는 플러스넬 위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현수막은 내구성이 뛰어난 장점도 있지만 단일 소재라서 섬유 특성을 살리기 좋다. 수거 편의성 측면에서도 현수막은 일반 의류보다 유리하다. 현재 우리나라 현수막의 90% 이상은 지자체에서 처리한다. 박준영 대표는 혁신조달 제도가 섬유 폐기물의 업사이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독려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가 용도 폐기된 현수막을 소각하는 대신 새로운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하길 바라는 것이다.
박준영 대표는 조급하지 않다. 플러스넬의 품질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유해성 접착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플러스넬은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MDF, 파티클 보드, 합판 등 목재패널보다 충격, 수분, 온도 등 외부 환경변화에도 강하다. 섬유 원료는 목재보다 불이 번지는 성질이나 유독가스 방출이 적다. 방염, 난연 성능도 뛰어난 것이다. 소리를 빨아들이는 섬유 특유의 흡음성도 플러스넬의 장점이다. 가격경쟁력도 계속 향상되는 분위기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경쟁 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처음 플러스넬을 개발했을 때만 해도 우리 제품은 HDF(원목을 껍질째 갈아 고온으로 압축한 목재)보다 50% 정도 비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목재와 석유 등 원가가 상승하면서 현재는 플러스넬이 오히려 5% 저렴해졌습니다. 기존 건축 자재의 원가 상승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플러스넬은 다릅니다. 쓰레기의 국가 간 이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앞으로는 자국에서 발생한 섬유 폐기물을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세진플러스에는 원자재 확보의 기회가 늘어나고, 플러스넬의 원가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박준영 대표는 현재의 플러스넬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진행 중인 자동화 생산설비가 완성되면 생산단가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어떻게 세진플러스의 섬유 패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세진플러스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저도 여러 해 동안 서울시의 장애인분배위원장으로 일했습니다. 최근 ESG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에 참여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 외국계 의류회사와 콜라보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 담당자가 사회적 경제와 탄소중립 전문가인 혁신제품 스카우터님께 세진플러스의 제품을 소개한 것 같습니다. 그분께서 회사로 연락하셔서 각종 자료를 요청해서 검토하신 후 플러스넬을 추천하신 거죠. 지난해 11월 혁신시제품 평가를 받아서 12월에 최종 선정되어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올해 혁신장터에 올라간 후 전국 4개 산림청과 전남개발공사에서 플러스넬 데크를 구입했습니다. 반응이 괜찮았는지 올해는 내장재로 다시 혁신시제품에 도전하게 되었고요.”
박준영 대표는 조달청과 혁신제품 스카우터에 감사한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혁신조달 진입을 통해 매출 증대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세진플러스는 당장이 아닌 미래 건축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디자이너와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상생의 미래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준영 대표는 혁신조달 진출이 사업을 뛰어넘어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꾸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세진플러스를 추천한 혁신제품 스카우터님은 탄소중립과 사회적 경제의 전문가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공공기관과 연결해주신 겁니다. 저는 세진플러스의 혁신조달 진출이 사회와 제도를 바꾸는 징검다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세진플러스의 친환경 섬유 패널인 플러스넬을 향한 관심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산업지속가능성 센터와의 교류가 대표적인 사례다. UN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산업지속가능성센터에 스리랑카의 섬유 폐기물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는데, 해결방법 찾기에 골몰하던 센터 측에서 세진플러스의 기술력을 발견하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OEM 봉제 산업이 중요한 저개발 국가는 주택난 문제도 함께 겪는데, 세진플러스는 일석이조의 해결책을 제공하니 금상첨화였던 셈이다. 플러스넬의 개발 이후 박준영 대표는 두 개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하나는 우리의 친환경 섬유 패널로 동남아시아나 남미에 집을 주어주는 사업입니다. 또 하나는 세진플러스의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패션브랜드를 만들고, 내부 인테리어를 우리 패널로 만드는 겁니다. 실을 뽑을 때는 50~60%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세진플러스는 이 손실분을 플러스넬 원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손실이 사라지고 환경에 좀 더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겠죠.”
장애인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던 박준영 대표는 이제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주거환경 개발로 꿈을 넓혀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가 든든한 디딤돌, 큰 폭으로 전진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