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이슈


국가 미래산업 육성,
현장에서 답을 찾다

‘바이오 의료’나 ‘저탄소 신재생 에너지’처럼 큰 틀에서 미래산업을 상상하는 건 쉽지만 그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긴 어렵다. 불확실한 미래를 성공적으로 열기 위해선 미래산업을 제대로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래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은 잠재기업을 발굴하는 혁신제품 스카우터의 역할을 맡아 현장에서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술, 개발만큼 발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며 과거만큼 많이 보이진 않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건물 옥상에 빨래 건조대처럼 생긴 안테나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생선뼈를 닮아서 어골형 안테나라고도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개발자의 이름을 딴 야기-우다 안테나이다. 1926년, 일본의 동북제국대학 교수인 야기 히데츠구는 우다 신타로와 함께 전파공학적으로 크게 진일보한 야기-우다 안테나를 개발했다. 야기-우다 안테나는 지향성이 강해서 기존 안테나와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지녔다. 야기 히데츠구는 가변지향성 전파 발생장치로 일본 특허를 내고, 미국과 영국에서도 각 2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미국과 영국은 즉각 야기-우다 안테나의 효용성을 눈치 챘다. 야기 히데츠구는 자신의 발명품을 조국에서 활용해주길 바랐지만 일본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파를 발생시켜 적을 탐지하는 레이더가 오히려 아군의 위치를 노출시킬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달랐다. 1928년 야기 히데츠구를 초빙해서 강연을 맡기고, 야기-우다 안테나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제너럴 일렉트릭은 야기-우다 안테나 기술을 레이더 개발과 항공유도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미국과 연합군 동맹인 영국도 야기-우다 안테나 기술을 군수산업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1940년 독일군은 영국 대공습을 시작했는데, 영국 공군은 야기-우다 안테나 기술을 적용한 레이더와 전투기로 독일 공군에 맞섰다.

태평양전쟁에서도 야기-우다 안테나 기술은 미 해군의 눈과 귀가 되었다. 낡은 진공관 기술에 의존하던 일본 해군은 미 해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942년의 미드웨이 해전은 일본 패망의 분수령이 되었는데, 이때도 야기-우다 안테나를 활용한 레이더 기술이 미군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1942년 싱가포르를 점령한 일본군은 영국 통신장교의 수첩을 압수하고, ‘야기’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걸 발견했다. 심문을 받던 영국 통신장교는 야기의 정체를 묻는 일본군에 진짜 몰라서 묻느냐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일본은 뒤늦게 야기-우다 안테나 기술 연구에 착수하려 했지만 이미 전쟁의 승패는 갈린 상태였다. 1945년,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 팻맨과 리틀보이에도 야기-우다 레이더가 적용되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그 기술이 경쟁상대의 손에 들어가면 내 목을 노리는 칼날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적인 추진을 놓고 세계 각국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고도화로 인간은 아날로그 세계를 디지털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영역에 속했던 산업과 기술이 하나로 융합하거나 뒤섞이면서 전혀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태어나고 있다. 점진적 개량이 아니라 파괴적 혁신이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블록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2021년 중국 정부는 14.5 규획(14차 5개년 계획)을 승인했는데, ‘내수 진작을 통한 홍색 공급망 구축’이 핵심이다. 중국에서 필요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생산해서 내수시장에 공급하며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인공지능, 로봇, 항공 등 10개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부품 자급도를 반도체는 70%, 신에너지 차량은 80%까지 높이겠다는 세부 계획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기술전쟁의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의 강력한 미래 산업 육성정책이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달은 국가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강력한 정책수단이다. 그래서 예부터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달을 활용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혁신조달 역시 공공성을 갖춘 혁신 제품을 정부 예산으로 구매해서 혁신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이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려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고도화로 인해, 새로 등장하는 기술과 제품은 기존의 기술이나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발굴해내기가 쉽지 않다. 조달을 통해 지원하고 싶어도 어떤 기술과 제품에 혁신적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가 기관의 어려움이 혁신제품 발굴에 있다면, 반대의 상황도 존재한다.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달시장은 매우 특수한 시장이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기업에게도 낯설 수 있다. 그래서 조달시장에선 새로운 기업보다 조달 경험을 갖춘 기업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스타트업이나 창업 벤처기업은 조달시장에 참여는커녕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21년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가 만들어졌다. 혁신기업 접촉면이 넓은 전문가를 혁신제품 추천위원(스카우터)으로 위촉하고, 기존 조달시장 밖의 혁신기업과 혁신제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도록 한 것이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제품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시범구매 제도와 연계해서 초기 판로를 열어준다. 혁신제품은 공공기관의 테스트베드 수행결과를 반영하여 완성도를 높여갈 수도 있다.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는 지난해 1년간 시범 운영한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혁신제품 스카우터 확충으로 미래산업의 요지를 선점한다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의 수요자는 조달청 혁신조달과, 혁신조달 전문지원센터, 혁신제품 스카우터의 삼자로 나뉜다. 조달청 혁신조달과는 제도의 기획운영, 혁신제품 스카우터 위촉, 스카우트 분야의 선정 및 평가를 총괄한다. 혁신제품 스카우트 분야는 사안의 시급한 정도, 정부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 혁신시제품 공급자 제안형 모집 분야와의 연계성, 발굴 및 추천제품의 다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정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혁신제품 추천모집 분야는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탄소중립과 환경, 디지털, 휴먼복지의 다섯 가지 큰 틀로 구성되었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보건의료, 의약 및 의료기기, 바이오연료, 바이오 소재 등의 혁신제품을 추천했다. 미래자동차 분야에선 자율주행, 친환경차, 미래차, 충전인프라 관련 제품을, 탄소중립 및 환경에선 그린,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에너지, 자원 순환, 탄소중립 관련 제품을, 디지털 분야에선 데이터댐, 지능형 정부, 차세대 통신망, 인공지능 디지털 인프라 관련 제품을, 휴먼복지 분야에선 디지털 격차해소, 산업안전, 근무환경, 교육훈련, 사회복지 관련 제품을 추천·모집했다. 올해는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품 추천 모집분야에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드론·로봇, 국민생활(건강·복지·교육), 비대면 산업의 다섯 분야를 추가했다.

혁신조달전문지원센터는 혁신제품 스카우터를 모집하고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등 제도 진행의 실무를 책임진다. 추천 제품에 대한 사전평가와 혁신제품 지정 컨설팅도 맡는다.

혁신제품을 추천하는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제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탈협회, 벤처기업협회. 특허청(발명진흥회)과 테크노파크에서 혁신제품 스카우터를 추천했는데, 올해는 VC와 지역벤처협회, 지역 대학, 소셜벤처 등 추천권을 가진 협력기관을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인이었던 스카우터 역시 올해는 59인으로 크게 늘어났다.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는 6단계로 진행된다. 혁신제품 스카우터를 구성하고 위촉하는 것이 첫 단계다. 협력기관은 기업이나 제품을 선별해본 경험자, 스카우트 분야의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다양성과 전문성을 함께 보유한 사람을 조달청 혁신조달과에 추천한다. 혁신조달과에선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를 혁신제품 추천위원(스카우터)로 위촉한다. 2단계의 주인공은 혁신제품 스카우터다.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자신의 전문성과 관련업체 풀을 활용해서 조달청이 제시한 스카우트 분야의 혁신제품을 탐색하고 추천한다. 3단계는 사전심사다. 혁신조달전문지원센터는 추천을 받아 올라온 혁신제품 후보가 모집 분야와 요건에 부합한지 타당성과 사전적합성을 검토한다. 4단계는 추천 제품을 공개하고 최종 스카우트 제품을 선정하는 데모데이다. 데모데이에 공개된 제품은 외부 전문가, 국민심사단, 스카우터의 평가를 받는다. 4단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은 혁신제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사전 절차를 받게 된다. 5단계에선 혁신제품 지정 연계 및 조달컨설팅이 진행된다. 조달청 혁신조달과와 혁신조달전문지원센터는 물품 등록, 특허 취득 등 혁신제품 지정 신청을 위한 사전절차와 지정 신청 시 구비 서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마지막 단계는 혁신제품 지정 신청 및 시범구매 연계 과정이다. 혁신기업은 자사의 제품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받기 위한 지정 신청을 하고, 조달청과 혁신조달전문지원센터는 해당 제품을 공공기관의 시범구매 사업 및 수의계약 등 혁신조달과 연계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2021년에는 두 차례의 데모데이를 진행했다. 27개 제품이 혁신제품 스카우터의 추천을 받았고, 이 가운데 20개 제품이 데모데이에 참여하여 15개 제품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4개 제품이 혁신제품으로 등록되었다. 하반기에는 그 수가 많이 늘어났다. 34개 제품이 추천을 받아 30개 제품이 데모데이에 참여했다. 데모데이에 합격해서 최종 추천을 받은 제품은 20종이었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 혁신제품으로 7개 제품이 등록되었다. 총 11개 제품이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를 통해 혁신시제품으로 발굴되어 지정된 것이다.

올해는 두 차례의 데모데이가 열렸고, 3차 데모데이도 진행할 예정이다. 1차에선 21개 제품이 추천 받아, 데모데이에 15개 제품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0개 제품이 데모데이 합격 및 최종 추천 자격을 받았다. 8월에 개최된 데모데이에선 25개 제품이 합격 판정을 받아 개별 컨설팅을 받게 되었다. 캐스트프로(미래자동차 분야), 지에스엘바이오(탄소중립 분야), 샤픈고트(휴먼 복지 분야), 세진종합기술(탄소중립 분야)의 4개 기업이 자사 제품의 혁신제품 지정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혁신제품 스카우터가 발굴한 미래산업 기대주

지난해 혁신시제품 지정을 받은 11개 제품 가운데 절반이 넘는 6종이 바이오헬스 분야에 속했다. 미래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메디신은 현윤경 혁신제품 스카우터 추천을 통해 건식 뇌파 측정기인 아이싱크웨이브의 혁신시제품 자격을 취득해 3년간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올초 출시된 아이싱크웨이브는 뇌파 측정과 근적외선 광자극 기능을 일체화한 헬멧형 제품으로 2022 ICT 융합전시회에서 호평 받은 바 있다. 아이싱크웨이브로 측정한 다양한 결과 가운데 하나인 ‘뇌파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한 기억형 경도인지장애 선별진단 보조 검사’는 한국보건의료원구원에서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메디신의 강승완 대표는 ‘혁신시제품 지정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빨리 멘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뉴로핏의 치매 뇌졸중 등 뇌신경 퇴화요소 분석을 위한 AI기반 솔루션, 뉴로 아쿠아도 주목 받는 혁신시제품 가운데 하나다. 뇌 백질변성이나 뇌 위축은 치매나 뇌졸중 등의 주요한 뇌병변 증상이다. 뉴로핏 아쿠아는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뇌병변 증상을 빠르게 감지한다. 이에스인베스터의 문세영 상무는 혁신제품 스카우터에 발굴되어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되면서 예산이 부족한 지역 공공의료원에 납품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의 의료환경 개선에 큰 효과를 낼 전망이다. 문세영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바이오 투자 전문가로 높은 평판을 받고 있다.

암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는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 질병이다. 몇 년째 글로벌 바이오텍 투자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파트너스인베스트의 안재열 상무도 혁신제품 스카우터로 적극적인 활동 중이다. 그의 추천을 받은 첨단 암 진단 제품 두 건도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되었다. 진캐스트의 ADPS와 딥바이오의 DeepDx-Prostate Pro 소프트웨어가 그것이다. ‘암을 평범한 질병으로 만들자’는 모토로 진캐스트는 액체생검 암 진단(ADPS)를 개발했다. 암 진단을 위해 병원에서는 약 10ml의 혈액을 채취하는데, 이 안에는 약 1만여 개의 DNA가 들어있다. 지금까지는 1만 개의 DNA 가운데 100개 이상의 암 DNA가 있어야 암을 진단할 수 있었다.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된 진캐스트의 ADPS는 단 1개의 암 DNA만으로도 암을 찾아낼 수 있다. 검출 민감도를 100배나 높인 것이다. 유방암의 경우 1기에 암을 발견하면 향후 5년 생존율이 96%에 이르지만 조기 진단에 실패하여 4기에 암을 찾아내면 그 확률이 6%로 떨어진다. 진캐스트의 ADPS이 암 진단의 혁신을 넘어 암 의료환경 전체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DeepDx-Prostate Pro는 암 진단 전문 인공지능 기반 의료업체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딥바이오에서 개발한 딥러닝 기반 전립선암 병리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다. 전립선 침생검 조직의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전립선암의 중증도를 자동으로 구분해준다. 성능평가 결과 변리 전문의 3인의 분석과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기존의 방법으로 슬라이드를 진단할 때보다 진단 소요시간을 크게 줄여 업무 효율성을 개선해줄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아모레퍼시픽과 OCI에서 오랫동안 바이오 투자업무를 진행한 후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창업에 동참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메디컬아이피의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인 딥캐치와 스카이랩스의 카트원 플러스를 혁신제품으로 추천하여 혁신시제품에 등록 되도록 했다. 딥캐치는 CT에서 피부, 근육, 지방, 뼈 등 인체 구조물을 자동 분할하고 각 영역의 수치를 정량화해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CT 한 장으로 정밀한 체성분 분석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고 별도 검사가 필요했던 기존 BMI(체질량지수)나 BIA(생체 전기저항 분석법) 위주의 체성분 분석법을 대체할 전망이다. 딥캐치는 각종 암, 대사성 질환, 근감소증, 골다공증 등 체성분과 연계된 질환의 임상 연구에서 의료적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스카이랩스의 카트원 플러스는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심전도 센서와 광학 센서를 탑재해서 병원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유용할 전망이다. 별도 조작 없이 다양한 생체 신호를 연속으로 모니터링하고, 스카이랩스에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사용자 앱과 의료진용 웹에 전송한다. 병원이 아닌 일상에서의 헬스케어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추세여서 많은 기대를 받는 제품이다.

탄소중립·환경 분야에서도 혁신시제품이 두 건 지정되었다. 신아E&S의 차열 페인트인 쿨러닝 CP는 이정관 혁신제품 스카우터의 추천을 받았다. 시원하다는 뜻의 ‘COOL’과 도로를 포장한다는 뜻의 ‘Pavement’ 앞 글자를 딴 쿨러닝 CP는 태양광 반사율을 86~93%로 높인 차열 페인트다. 태양광을 흡수해서 오랫동안 높은 열기를 뿜는 기존 포장도로의 단점을 해소해주는 친환경 페인트다. 쿨러닝 CP를 활용하면 포장도로의 표면온도가 20도 이상 낮아질 전망이다.

양현덕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섬유 폐기물을 건축자재로 재활용한 세진플러스의 플러스넬 소재 공공시설용 데크와 벤치를 추천했다. 플러스넬은 어떤 섬유 원료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건축자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활용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분야에선 이정민 스카우터의 추천을 받은 보라스카이 제품과 박태훈 스카우터의 추천을 받은 에어사운드 솔루션이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되었다. 보라스카이는 1세대 로보틱스 기술진이 설립한 초고성능 맞춤형 드론 제조기업이다. 드론을 활용한 지능형 정찰 감시 솔루션으로 대한민국 국방 전력 강화에 일조할 예정이다. 드론 산업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대표 드론 기업의 발전을 지원한다는 점에서도 혁신시제품 지정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에어사운드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실시간 자막 시스템을 개발했다. 청각장애인과 난청인의 삶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국민생활 및 환경 분야에서도 1개의 혁신시제품이 나왔다. 한국방염기술의 엘리펀트119는 세계 최초의 친환경 침윤소화약재를 탑재한 화재 초기진화용 스프레이식 액상 소화기다. 사용법도 간단하여 화재진압의 골든타임에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양현덕 혁신제품 스카우터의 추천을 받았다.

전 세계적 과학기술경쟁이 가속화하는 시점에 자국의 유망 잠재기술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매우 유망한 미래 기술이 시장에서 외면받기도 한다. 1970년 설립된 미국 제록스의 팰로앨토 연구소(PARC)는 벨연구소와 함께 미국 IT산업의 대표 민간연구소로 꼽힌다. 팰로앨토 연구소에서 나온 기술은 이더넷, 레이저프린터, 그래픽 인터페이스, VLSI반도체기술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관련기술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깨닫지 못한 경영진은 대대적인 투자에 비해 시장성과가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업화로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사장될 뻔한 팰토앨토 연구소의 기술은 훗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HP 등 후발 IT기업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스티브 잡스는 팰로앨토 연구소를 견학하고 아이디어를 얻어 매킨토시 컴퓨터를 개발했다. 팰로앨토 기술을 제대로 사업화할 수 있었다면 현재의 애플 자리는 제록스가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팰로앨토 기술은 결국 미국 안에서 자리를 찾았지만, 기술이 국경을 넘나드는 21세기 상황은 다르다.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 첨단 기술을 조속히 발견하고 지원해야 국가경쟁력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첨단 기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혁신제품 스카우터로 전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는 혁신적 기술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대한민국에 더 빛나는 내일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