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살레시오여중 1학년인 조아란 학생은 공을 대여하는 자판기 구상으로 혁신수요 아이디어 공모전 중등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차분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의 그녀는 평소에도 공모전이나 대회 참여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에는 신문사에서 개최한 표어공모전에 응모해서 대상을 받았고, 올해는 그레이시 주짓수 광주권 대회에 두 차례 도전해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아란 학생은 토너먼트 대진운이 좋아서 입상한 것이라며 겸양을 떨었지만 실력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다. 그녀는 지금도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이면 합기도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주짓수를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노력파다. 물론 모든 도전이 좋은 결과를 맺진 못한다. 그녀는 지난해 소설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입선도 못한 채 탈락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자신의 응모작을 다시 읽어보니 고칠 것이 적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상을 못 타도 한 발자국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공모전과 대회를 좋아해요. 소설 응모작도 꼼꼼히 읽어보면서 어디를 어떻게 고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털 수 있었어요.” 어린 학생이지만 지난 실수나 부족함을 조용히 되새기고, 꾸준히 고쳐나가는 모습은 어른에게도 귀감이 된다.
그녀에게 혁신수요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을 안겨준 ‘놀아보자, 공!’ 자판기에도 조아란 학생의 지난 경험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해서 피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놀이터에 피구공은 구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한 친구가 축구공을 가져왔기에 그걸로 놀기로 했어요. 어린 학생들이지만 피구를 하다 보니 분위기가 과열되었어요. 죽을 듯이 힘을 다해서 공을 던졌는데... 단단한 축구공에 친구가 세게 맞고 넘어지면서 다친 거예요. 그때는 축구공이 축구용이라 피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어렸는데, 너무 놀랐어요.”
교실 뒤에 붙어있는 혁신수요 아이디어 공모전 포스터를 보고 그녀는 곧 참여를 결심했다. 하지만 최우수상을 수상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입상은 커녕 자신도 없었어요. 어떤 아이디어를 낼지 막막했는데 포스터의 문구에 이런 문구가 보였어요. 일상에 무엇인가를 더해주는 공모전이라고요. 혁신적인 제품으로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면, 먼저 내 생활 속 불편함을 찾아봐야 했어요.”
조아란 학생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렸다. 꼭 맞는 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발생했던 친구의 부상.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보니, 상황에 맞는 공을 미리 구비해두면 예방할 수 있는 문제였다. 조아란 학생은 아이들이 상황에 꼭 맞는 공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공을 빌려주는 시스템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는 걸 보면서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게 더 위생적이고 안전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사람이 없는 무인시스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판기였어요. 어디서도 자판기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을 더 깊이 해보니 대여한 공이 분실되거나 손상될 수도 있는 거예요. 저는 고민할 때 방이나 주변을 둘러보면서 답을 찾곤 해요. 3~4일 정도 걸렸는데 길가의 전동킥보드를 보고 해결책을 떠올렸어요. 공에 GPS 장치를 심으면 분실해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녀가 구상한 자판기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돈을 받고 공을 사고 판다면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 무료로 공을 비치해서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조아란 학생이 꿈꾸는 혁신이다. 혁신은 삶에 편의를 제공해주곤 한다. 하지만 조아란 학생은 생활이 편리해지는 것만으론 혁신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어야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계단도 너무 좋은 발명품이지만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겐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엘리베이터 같은 이동수단이 나왔잖아요? 전 이렇게 모두를 위한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조아란 학생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쳐주고 도와줄 때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한 과목만 가르치고 교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중학교 선생님보단 학생들과 더불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그녀의 장래 희망이다.
“저는 남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슬프거나 힘들 때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자리에 있어준다는 게 친구에겐 사소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제겐 크게 다가왔어요. 저도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이 되어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새는 젠더 등 다양한 갈등이 많아요. 저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아이들이 세상의 문제들을 좀 더 따뜻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더 좋게 혁신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조아란 학생의 혁신은 혁신수요 아이디어 공모전 최우수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출발일 뿐이다. 그녀의 혁신은 그녀와 함께 계속 성장하여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