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성공스토리_플랜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모듈러 공법의 기술기업 플랜엠

환경성은 물론 시장성까지 갖춘 플랜엠

낡은 학교 교사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응하기 힘들다. 교육부는 학교환경 개선 사업을 시작했는데, 플랜엠은 이 기간에 최선의 성능을 갖춘 임시교사를 공급한다. 설치, 해체, 이동이 간편해서 환경성은 물론 시장성까지 갖춘 플랜엠의 모듈러 공법이란 무엇일까? 플랜엠의 이민규 대표와 송경섭 부사장을 만나 플랜엠의 신개념 모듈러 공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동식 구조물의 새 시대를 여는 플랜엠

모듈러 공법은 건축기술의 한 종류로, 공장에서 건축물의 주요 부분을 모듈 단위로 사전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영국에서 처음 개발되었고 지금은 중국이 모듈러 공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의 한 건축기업은 57층 건물을 사전 제작한 후 현장에서 19일 만에 완공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모듈러 공법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년 전 이미 한 초등학교의 부속 건물을 지을 때 사용되었으며, 평창올림픽의 기자 숙소도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모듈러 공법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플랜엠의 이민규 대표는 창업 이전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모듈러 사업의 실무를 담당했다. 모듈러 공법을 선호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특성 상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해외 선진국에서 모듈러 공법의 가능성과 미래를 확신한 그는 교육부의 그린스마트스쿨 정책을 알게 되었고, 창업을 결심했다.

그린스마트 스쿨은 2020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교육시설 분야를 보면 노후화된 학교를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러한 대규모 공사를 추진함에 있어서 임시교사 설치는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또한 신도시 형성 초기에는 이주학생들이 몰리면서 일시적인 과밀학급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초기에는 많은 학생 수를 감당해야 하지만 이후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건물을 과잉되게 만들기보단 임시교사를 설치해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임시 건축물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크다. 1999년 6월, 경기도 화성의 청소년 수련원에서 일어난 씨랜드 참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수련원에는 497명의 어린이와 47명의 인솔교사가 숙박 중이었는데, 한밤에 일어난 화재로 23명이 생명을 잃었다. 이 가운데 19명이 유치원생이었다. 수련원이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숙소여서 전기 시설도 엉망이었고, 목재와 샌드위치 패널 등을 인화성 물질로 감싸두었기 때문에 불길은 빠르고 강하게 옮겨 퍼졌다. 컨테이너 임시 건축물은 학생들을 위한 임시교사로 적합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플랜엠의 스마트 모듈러 공법은 그린스마트 스쿨 정책을 위한 최적의 해법이 되었다.

플랜엠은 2020년 4월에 설립했다. 하지만 창업자인 이민규 대표는 창업 이전인 2015년부터 친환경 이동형 모듈러를 연구 개발했다. 처음 2년은 기본 설계와 전기 등 주요 설비 배치를 ‘모듈러 이동형 교사의 재사용성을 분석해서 개선사항을 상세화한 시범 제작’ R&D 과제를 수주하는 등 스마트 모듈러 구조물의 지속적인 개선을 시도했다. 수도권에 학교 모듈러를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이민규 대표는 초기 사업에서 조달시장 진출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우수조달로 조달시장에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교육부의 연락을 받았다. 교육부에서 플랜엠의 스마트 모듈러 구조물을 수요자형 혁신조달 제품으로 등록하도록 요청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에서 먼저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플랜엠의 이민규 대표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의 가설 건물들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겠죠. 처음 이 일을 할 때부터 최우선 전제조건은 분명했습니다. 무조건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설 건물의 목적은 임시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임시교사는 6개월에서 3년 정도 사용합니다. 기간이 짧으니까 법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내진구조 라던지 소방필증을 발급 받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플랜엠은 건축법과 소방법에 맞춰 모듈러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사업자 입장에선 불리한 게 맞죠. 원가도 비싸고 제작기간과 비용 모두 늘어납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건물을 함부로 만들 순 없었습니다. 플랜엠은 사업자의 논리와 반대로,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갔습니다. 내진 및 내화를 적용한 건축구조를 바탕으로 소방시설완성검사 기준에 부합하는 모듈러를 공급했습니다. 이렇게 한발 앞서 안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교육부의 연락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2021년 1월, 교육부의 연락을 받고 플랜엠의 임원들은 크게 기뻐했다. 조달시장 진출 방법을 고민하던 송경섭 부사장(CTO)이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스마트 모듈러 건축사업은 진입장벽도 높고 초기 자본도 많이 필요합니다. 운 좋게도 초기 투자를 받긴 했지만 시장 진출이 쉽진 않았습니다. 조달시장에 반드시 들어가야 했는데, 혁신제품 등록으로 혁신조달에 참여하게 되어 본격적인 사업이 가능해졌습니다. 중소기업이 조달청 수주를 통해서 사업을 영위하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공공시장에선 계약이 이루어지면 계약금을 떼이거나 시기를 밀리지 않습니다. 안정적으로 출발하는 게 가능해지는 거죠. 건축시장에선 공신력이 매우 중요한데, 공공조달 실적이 생기면서 기업과 기술에 대한 신뢰도도 상승합니다.” 그린스마트 스쿨의 임시교사는 플랜엠에서 진행하려는 사업 방향에도 꼭 들어맞았다. “교육부의 이야기를 들으니, 판매가 아니라 임대에 포커싱되어 있었습니다. 임시교사는 노후 학교를 증축하거나 개축하는 일정기간 동안만 필요했고 과밀학급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이전 설치가 용이한 이동형 학교 모듈러를 임대 사업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환경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확보

임시 구조물을 설치한다고 해도 시공 과정에서 소음과 먼지가 발생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컨테이너 방식은 물론이고 모듈러 구조물을 설치할 때에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플랜엠은 소음과 먼지 공해를 최소화했다. 송경섭 부사장은 플랜엠의 가장 큰 장점이 이동설치 편의성 강화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장에서 모듈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와도 현장에 설치할 때에는
소음과 진동, 먼지가 발생합니다.
과거의 모듈러 공법에선 현장 업무가 전체 공정의 40%쯤 되었습니다.
플랜엠은 전체 공정의 90%를 공장에서 완료해서,
현장에서 설치하거나 해체하는 공정을 최소화했습니다.
모듈 구조물의 결합기술이 플랜엠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랜엠은 POSCO 그리고 아주대학교와 연구개발을 진행한 결과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듈간 결합기술을 확보했다. 이동과 설치, 해체가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임시 구조화 설치과정에서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 건축물과 다를 바 없이 건축물 안전기준을 준수한 데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독성 물질에서도 자유롭다. 컨테이너 교사에서 기준치의 3배에 이르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에 비교해보면 플랜엠 공법의 장점을 이해할 수 있다.

플랜엠 모듈러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건축법과 소방법에 맞춰 내화 및 방화 성능을 갖춘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내화 설계를 하고 방화 구획을 확보해서 혹시 모를 사태에서 학생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내진 성능도 뛰어나다. 현행 건축법은 진도 6.4를 견디는 내진 성능을 요구하는데, 플랜엠의 임시교사는 진도 7에도 버틸 수 있다. 송경섭 부사장은 모듈러 공법이 콘크리트 구조물보다 지진에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모듈러는 고층빌딩에 주로 사용되는 철골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지진에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밀성이 높은 것도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이다. 컨테이너 임시교사는 기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티로폼 등의 내장재를 넣어도 겨울에 추울 수밖에 없다. 일반 건물 수준의 단열성능, 기밀성, 내구성을 갖춘 플랜엠 모듈러 구조물은 학생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해준다. 건축법을 준용하여 모듈러 구조물에 콘크리트 바닥판을 갖추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뛰어놀아도 흔들리지 않는다. 실간 차음 성능도 확보했다. 옆 교실에서 아이들이 합창을 해도, 바로 옆 교실에선 조용히 학습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헤파필터 키트를 포함한 전열교환기를 설치해서 미세먼지로 학생들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플랜엠의 모듈은 결합 방식에 따라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두 개의 모듈을 결합하면 6.8X8.75m, 60㎡의 구조물이 된다. 24명의 학생이 수업하는 학급의 크기다. 모듈을 하나 더 붙이면 68㎡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현행 30명 학급에 적합한 크기이다. 학교 교사는 학급, 계단실, 로비, 급식실, 체육관, 도서관, 음악실, 강당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플랜엠의 모듈은 조합을 바꿔가며 용도에 최적화해서 대응할 수 있다. 위로 4층까지 적층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과밀학급이 특히 많은 곳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인데, 학교 부지가 넓지 않고 새로운 부지를 마련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곳에서 적층 방식의 공간 창조는 과밀학급 해소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

이동식 구조물을 넘어 영구 건축물 시장으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시설 개선에 모듈러 공법을 활용할 수 없던 주된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한번 설치한 후 해체, 이동하기 쉽지 않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열악한 컨테이너 구조물을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플랜엠 구조물은 쉽게 이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도 높다. 교육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0년 이상 된 노후건물 2,835동을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 플랜엠의 모듈러 구조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21개 학교에 플랜엠 모듈 630개가 임대 또는 판매되었다. 이민규 대표는 인천의 인화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2021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년간 임시교사를 인화여고에 설치했습니다. 인화여고 임시교사는 건축법과 소방법을 모두 준용해서 임시교사 최초로 소방필증을 획득한 건물입니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모두 만족하고 자체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해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용도가 끝난 구조물은 아산으로 이전해서 재설치했습니다.” 이민규 대표는 모듈러 공법이 점점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콘크리트 건물의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는 물론이고 레미콘이나 철근 등 원자재 비용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듈러 공법의 모듈은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점점 가격이 내려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듈러 공법의 가격 경쟁력은 점점 더 높아질 겁니다. 인력 중심의 건설사업은 구시대적입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단가를 낮추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겁니다. 모듈러 공법이 꼭 이동형 구조물에만 활용되진 않습니다. 현재의 콘크리트 건물은 현장 주변에 많은 공해를 일으킵니다. 아주 큰 건물을 지을 때에는 현장 1km 이내가 엉망이 됩니다. 그러나 모듈러 공법은 빠르게 설치하고 친환경적이어서 ESG경영의 대두와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선진국에서 모듈러 공법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모듈러 시장 규모는 3,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선진국에선 건축물의 5~10%를 모듈러 공법으로 만들도록 법률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현장 시공을 단순화하는 모듈러 공법의 장점 때문입니다.”

플랜엠은 지난해 혁신조달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공공성과 시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장기적으로 플랜엠은 이동형 구조물뿐만 아니라 주거, 학교, 병원 등 다양한 형태의 영구 건축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미래지향적인 친환경 모듈러 건축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혁신조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