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성공스토리_성풍솔레드

10년의 제조 노하우로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는
바닥신호등 제조업체, 성풍솔레드

4차 산업혁명을 누구나 체감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어간다.

에너지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내연기관의 시대는 좀 더 빨리 막을 내릴 분위기다. 자율주행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성은 기술 발전이 전문가들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일상을 파고들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동수단의 혁신만큼이나 더 나은 교통 환경 조성 방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성풍솔레드의 바닥형 보행신호등은 매우 혁신적인 동시에 미래지향적이다.

LED로 교통환경을 개선한다

최근 온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흔해져서,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 + 좀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기술 발전이 보행자의 시선 방향을 낮추는 효과를 냈고, 이에 따른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성풍솔레드는 변화에 맞춰 바닥에서 점멸하는 바닥형 보행신호등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에 정신을 잃은 학생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붉은 빛에는 주의를 환기할 수밖에 없다. 바닥신호등은 공공성을 인정받아 혁신장터에 등록되었고, 조달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성풍솔레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성풍솔레드의 손정원 회장은 매일 감사하는 날들을 보내는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제조업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 혁신조달은 생각할수록 놀라운 제도입니다. 하지만 제도가 있다고 저절로 결과가 만들어지진 않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아이템도 상품화되어 현장에 상용화되기까진 많은 스토리가 숨어있습니다. 성풍솔레드는 바닥신호등으로 주목받게 되었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손정원 회장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31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혁신조달은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말 파격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제조산업을 살려야한다는 분위기가 얼마나 간절했으면, 국가가 혁신제품을 국가예산으로 먼저 구매하겠다고 할까요? MZ세대는 혁신조달이 얼마나 획기적인 제도인지 실감하지 못할 겁니다. 오랜 경영활동을 해온 저는 혁신조달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혁신조달이야말로 우리가 살 수 있는 제도라고 직감했고, 공모 내용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혁신시제품 공모 지원문서를 작성할 때는 그간의 모든 경험을 담아 공모 문서를 한 자 한 자 직접 적었습니다.“

성풍솔레드 사명의 ‘솔’은 태양(광)을 가리키는 ‘솔라’에서, ‘레드’는 조명장치인 'LED'에서 따왔다. 성풍솔레드의 첫 번째 교통관련 상품은 하이패스 신호병이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하이패스를 도입한 해는 2000년이지만 초기에는 수도권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다가 2007년 이후부터 전국으로 확산했다. 고속도로에 하이패스가 도입된 초창기에는 톨게이트 하이패스 구간에서 교통 혼선이 많이 발생했다. 하이패스가 낯설었던 운전자들은 톨게이트 부근에서 허겁지겁 차선 변경을 시도했는데, 도로의 차선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 야간에 특히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고속도로를 운전 중이던 손정원 회장도 사고를 당할 뻔했다. 2005년부터 그녀는 친환경 태양광발전과 저전력 LED 조명장치에 관심을 가졌는데, 2008년 혼잡한 톨게이트 구간에 LED를 적용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연구 끝에 태양광 충전으로 작동하는 LED 솔라 표지병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도로공사 호남 지역본부에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어서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인천 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했습니다. 2008년 12월, 장성에서 광주로 올라오는 방향의 톨게이트 한쪽 라인에만 시험 설치하기로 했는데,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3시간만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눈비 속에서 장화를 신고 이틀 동안 LED 솔라 표지병을 설치했습니다. 도로 위에 설치해도 된다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도로 옆으로 하나하나 300개를 심었는데, 납품비용 대부분이 공사비용으로 들어갔습니다. 설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당장 돈을 남기겠다는 생각도 없던 터라 힘들지만 무척 보람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광주에 가면 일부러 장성군 쪽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표지병을 확인했습니다. 약간 내리막 도로여서 늘어선 파란 불들이 마치 활주로처럼 눈에 들어오는데, 시집 간 딸을 바라보는 친정 엄마의 짠한 마음이 됩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성풍솔레드는 LED 솔라 표지병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 생산한 유사 제품과 가격으로 싸울 수 없었던 탓이다. 성풍솔레드는 LED안전유도블록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다시 도전에 나섰다. 횡단보도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는데, LED안전유도블록은 여기에 LED기능을 추가해서 야간 시인성과 보행자 안전성을 강화한 것이다.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갖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손정원 회장은 지인에게 일본의 LED안전유도블록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국내 사례를 조사했다. LED안전유도블록은 우리나라에도 설치된 적이 있는데 품질 문제로 철거하여 폐기된 상황이었다. 손정원 회장은 폐기제품들을 뜯어서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품질 문제를 겪었던 지자체 설득이 쉽지 않았다. 판로를 열기 위해 손정원 회장은 동분서주했다. 다행히 2010년 잠실의 롯데월드타워가 착공하면서 인근 도로시설로 성풍솔레드의 제품이 선정되었다. 이후 품질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LED안전유도블록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평창올림픽 빙상경기 개최도시인 강릉시에 3,000장이 넘는 LED안전유도블록이 깔렸습니다. 밤이면 노란 불이 국화꽃처럼 환하게 피었습니다. 두 차례의 작업을 하면서 저는 바닥환경의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편안한 공간으로 여기는 바닥은 사실 무척 복잡한 공간입니다. 지중에서 오는 파동과 보행자의 미끄럼방지를 철저하게 고려해야 하고, 내구성능도 까다롭게 살펴야 합니다. 방수와 방진은 기본이고 내시성(시인성을 유지하기 위해 빛의 조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성능)도 좋아야 해서 하우징이 무척 중요합니다.”

한동안 LED안전유도블록은 성풍솔레드의 주력 상품이 되었다.

혁신조달로 도약하는 기업

2017년 10월, 성풍솔레드는 킨텍스에서 개최한 안전박람회에 LED안전유도블록을 전시했다. 이 자리에서 손정원 회장은 바닥신호등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 LED를 활용한 바닥 표시물에 10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그녀로선 귀가 번쩍 열리는 이야기였다. 2017년 8월,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 지자체 및 산업체의 교통약자 보호를 위한 보조신호등 설치 요구를 반영하여 시범운영해보기로 의결한 것이었다.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법령에 규정된 17종의 규격 외 신호등을 시험실시하여 신기술을 활용하는 신제품 도입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도였다. 2017년 11월과 이듬해 2월에는 도로교통공단과 지자체, 개발업체 관련자 6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보조신호등 시범운영 설명회가 열렸다. 성풍솔레드의 손정원 회장도 당연히 참석했다.

“바닥신호등을 시범 설치할 업체 5개사를 선정했는데, 2개 회사는 초도 자금 문제로 포기한 걸로 기억합니다. 2018년 6월까지 개발을 완료해서 8개 지역 현장에 바닥신호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성풍솔레드는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역 앞, 전라남도 순천시 순천대학교, 부산광역시 동래구청 앞에 설치해야 했습니다. 이번에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죽도록 매달려서 바닥신호등을 개발하고 설치·운영했습니다. 2018년 8월, 방수성능 문제 때문에 교통안전시설물 45차 심의에서 성풍솔레드 제품에 조건부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IP67등급의 방수 성능을 갖춘 하우징을 채택했는데 IP68등급으로 조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IP68등급은 수영장의 수중등에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낡은 도로가 많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장마 기간에는 2~3일 침수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납득하고 가르침에 감사드린다고 인사드렸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바닥신호등 시범 설치 이후 교통신호 준수율이 90%로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019년 3월 23일, 경찰청의 바닥형 보행신호등 보조장치 표준지침이 확정되어 배포되었다. 성풍솔레드의 오랜 노력에 서광이 비추는 순간이었다.

2019년, 성풍솔레드는 LH공사의 스마트시티 맞춤형 공모전에 선정되었다. 4월, 스마트시티 개발처를 방문한 손정원 회장은 혁신시제품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조달청의 새로운 혁신제도를 확인했다. 그해 1월 31일에 조달청은 혁신시제품 시범구매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3월 11일에 나라장터와 조달청 홈페이지에 혁신시제품 시범구매 공고를 게재한 상황이었다. 혁신시제품 공모 기간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손정원 회장은 글자 하나하나에 10여 년의 경험을 담았다. 바닥신호등이 왜 혁신적인 제품인지 교통 환경에 어떻게 기여할지 육하원칙에 입각해서 쓰고 고치길 반복했다.

“혁신시제품은 TRL(기술완성수준: Technology Readiness Level) 7단계 이상의 제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당장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정도의 제품을 의미합니다. 혁신시제품으로 인정받으면 지자체에서 구매해서 지자체에 수행평가를 하도록 합니다. 정부에서 266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서 수행기관을 선정하는 거죠. 2019년 10월, 성풍솔레드의 바닥신호등은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되었고,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창원시의 3개 구청 관할구역 내에 설치되었습니다. 현장 실증은 비가 올 때, 비가 온 후, 추울 때 등 상황별로 굉장히 까다롭게 이루어졌습니다. 2020년 12월, 마침내 수행평가 성공 판정을 받으면서 혁신제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수조달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우수조달 평가 기회는 4회까지 주어지는데, 우리는 첫 번째에 통과해서 2021년 5월 20일에 우수조달 업체로 등록되었습니다.”

손정원 회장은 혁신조달 제도가 기업에 돌파구를 마련해 줬다고 이야기한다.

“LED 안전유도블록은 설치를 제도화한 제품이 아닙니다. 품질이 좋고 효과가 뛰어나도 지자체 입장에서 안 해도 그만인 제품인 것이었죠. 안전유도블록만으로 기업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긴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닥신호등 시범업체로 선정되었을 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국을 돌면서 건건이 영업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혁신시제품으로 등록되면서 제 인생과 성풍솔레드의 미래가 달라졌습니다. 연 매출 10억도 올리지 못하던 회사가 1,000억원의 미래를 꿈꿉니다. 혁신제품이 되면서 매출 10억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60억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하반기 시작 이틀 만에 10억 상당의 발주가 왔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성풍솔레드는 1,000억 매출의 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

손정원 회장은 기업 매출액을 예로 들었지만 그녀의 목표는 성풍솔레드를 스마트횡단보도 안전시스템 구축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바닥신호등을 만드는 업체는 우리 회사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업체가 이 사업을 포기하면 AS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닥신호등 업체는 경쟁보다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별로 제품의 구조는 다르더라고 신호 규격은 같으니, 지자체에서 우리에게 유지관리를 맡기면 다른 회사에서 만든 바닥신호등까지 관리하고 싶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바닥신호등 업계에선 성풍솔레드가 총대를 매고 어느 회사 제품이든 AS하고 싶습니다. 성풍솔레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안심하고 건널 수 있도록 돕는 기업’, ‘국가와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보행신호등의 보조장치인 바닥신호등을 총체적으로 효율적인 관리를 하려면 성풍솔레드의 상황실을 만들어서 전국 상황을 확인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성풍솔레드가 직접 개발한 시스템을 국가의 관제센터 서버에 탑재해서 스마트횡단보도의 안전을 책임지고 싶지만 법적으로 허가가 날지 모르겠습니다.”

세계로 나가는 성풍솔레드

성풍솔레드의 성공은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LED 표시등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쌓아온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결과였다. 손정원 회장은 그것이 제조업의 진짜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제조업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하지만 싸움의 끝에는 반드시 결과가 나옵니다. 어떤 형체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의 뿌리는 제조업입니다. 서비스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제조업처럼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사업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코로나 한 번에 서비스업이 바로 무너져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조업을 소홀히 하는 건 우리나라의 역사성, 전통성, 장점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성풍솔레드의 LED 솔라 표지병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서 실패했다. 하지만 그 경험도 모두 성풍솔레드의 자산이 되었다. 성풍솔레드의 혁신제품인 바닥신호등은 내부 LED까지 모두 국산으로 만들어졌다. 공장자동화에 의한 직접생산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품질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던 것이다. 성풍솔레드는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선진국에는 바닥신호등을, 개발도상국에는 휴대성을 갖춘 맥가이버 LED 등을 수출할 계획이다. 맥가이버 LED 등은 조명장치는 물론 항균과 구충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도 있고 전기로도 작동하기 때문에 전기가 부족한 지역에서 효용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출사업 도전 역시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성풍솔레드는 답을 찾을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결과를 내는 제조업체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