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은 2004년 12월에 설립되었다.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은 전부터 주민과 함께하는 것으로 많은 찬사를 받아왔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스마일도봉협의회는 지역 깊이 뿌리 내린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스마일도봉협의회에는 구의원과 지역주민, 시설관리공단 조직원, 노조 등 지역 현안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자문회의다. 30명 안팎이 참여해서 떠들썩하면서 유쾌한, 그리고 매우 실질적이며 실용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는데,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로 최근에는 온라인 영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혁신 네트워크도 도봉구의 자랑이다. 경찰서와 소방서, 각종 체육문화센터, 노인회관, 병원, 민간기업 등 14~15개 기관이 함께 구성한 혁신 네트워크는 지역 현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왔다. 헌혈이나 기부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 왔고, 민간기업인 다비치 안경점에선 지역 차상위 저소득 계층에 안경을 기부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얼마 전부터 다비치 안경점은 지원 규모를 키워,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보청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도봉시설관리공단의 혁신네트워크는 지역 주민들의 고민을 해소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있다.
최근 식당과 문화시설에선 키오스크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많은 어르신들이 낯선 키오스크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도봉구 혁신 네트워크는 이러한 문제점을 확인하고 50+ 재단과 연계해서 키오스크 사용 교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개월간 시행할 계획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현재 3개월째 키오스크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시설관리공단의 많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전문성 있는 능력을 지역사회에 재능기부하고 있다. 이들은 공가이버(공단+맥가이버)라고 불리는데, 사회복지기관과 손잡고 저소득층의 싱크대를 고치고 전기배선을 손봐주며 청소와 소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봉사하고 있다.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의 조용민 열린혁신팀장은 늘 주민과 함께해온 공단의 전통을 이렇게 설명했다.
구민과 함께 구민 입장에서 일하는 업무 스타일은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의 모든 팀에 뿌리내린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혁신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다.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에서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박상현 실장은 효과적은 구매 방법을 고민했다. 현장에 꼭 필요한 제품을 예산 낭비 없이 구매해야 했다. 이를 위해선 현장을 알고 구매를 알아야 했다. 박상현 실장은 혁신조달을 제대로 할 조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조직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우리 공단 안에는 경력 3년차 이하의 젊은 직원 모임인 혁신주니어보드가 있습니다. 혁신주니어보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서, 시설관리공단 안에 스마트기술혁신 TF를 구성했습니다. 혁신 지향 공공조달의 전담부서를 구축한 거죠. 2020년 6월의 일입니다.”
박상현 실장의 이야기를 듣던 조용민 팀장이 그의 공헌을 치하했다.
“박상현 실장님이 실무를 열심히 잘 진행했습니다. 진짜 일은 다하셨죠. 제가 TF의 팀장을 맡았지만 저는 숟가락을 얹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조용민 팀장과 박상현 실장은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의 팀워크와 업무 분위기가 어떤지 짐작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조용민 팀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공단 안에는 8개의 부서가 있는데, 부서마다 구매담당자 1인과 전문기술직 1인씩을 지원받아 총 16인으로 TF를 발족했습니다. 구매담당자는 구매절차에 대해선 잘 알지만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기술직은 필요한 제품은 알아도 구매 절차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조달청에서 구매해야 하는지 수의계약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모르는 식이죠. 구매담당과 전문기술직을 섞으니 업무가 일사불란하게 처리되었습니다. 다른 부서끼리 모이니 직원 간 경쟁도 발생해서, 더 열심히 혁신제품을 구매하려는 분위기도 조성되었습니다.”
TF는 당장 시설관리공단에 필요한 제품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이 필요해질지도 논의했다. 정부의 기술혁신 및 기술제품 구매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뿐만 아니라 4차 산업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공단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하고 개선할지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토의했다. 2020년 8월, 스마트기술혁신 TF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화상회의로 조달청 혁신장터 사이트의 32개 품목을 하나하나 살펴가며 구매 물품을 검토했다. 먼저 57개의 구매 가능 품목을 1차로 추러내고, 2020년에 구매 가능한 제품 21개 품목을 2차로 선정했다. 그리고 경쟁적인 대화 방식으로 구매 물품을 검토했다. 이렇게 꼼꼼한 과정들을 거쳐 혁신제품 구매가 이루어졌다.
경쟁적으로 더 열심히 혁신제품을 찾다보니 정해진 예산을 넘어갈 것도 같았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혁신제품이라면 시설관리공단 차원에서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전담부서의 의욕적인 업무 진행을 독려하기 위해 혁신구매 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도 했고, 연말 우수구매사례 시상도 벌였다. 그러면서 이중구매나 비효율적인 예산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품 구매에 대해선 단톡방 상의를 거쳤다. 또, 구매한 제품의 구매 및 사용 후기를 올려 투명성도 높였다. 예산과 조직 차원에서의 지원, 담당 직원들의 열성적인 참여 등 삼박자가 들어맞으면서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은 혁신제품 구매실적을 목표 대비 148.8% 달성했다. 2020년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의 혁신제품 구매 목표액은 750만원이었는데, 총 28건의 혁신제품 구매에 1,100만원 이상을 투입했다.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은 현안에 맞춘 제품과 안전 관련용품을 많이 구매했다. 먼저,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24개의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먼저 소독수 자동분사기를 설치해서 선제적으로 방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도봉구의 각종 문화체육시설에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단 위탁사업 시설물에 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촬영을 위해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도 눈에 띤다. 행정지원센터, 도봉구민회관, 다락원체육공원 등을 드론 촬영해서 시설물을 더욱 꼼꼼하게 점검했고, 전 사업장에 키오스크도 도입했다. 부서와 관리시설의 요구에 맞춰 현장에서 꼭 필요한 안전제품 구매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구민회관에선 보행자 낙상 방지를 위한 탄소섬유발열선 결빙방지 매트와 산업용 추락보호 에어백 구매를 추진했다. 창동문화체육센터에선 파손 없는 도로표지병과 스마트 맨홀뚜껑의 구매를 요청했다. 도로 위에 설치하는 안내표지판은 차량 통행과정에서 자주 파손되곤 했는데, 혁신제품은 파손도 되지 않는데다 설치도 간편해서 반응이 좋았다. 비온 다음날에도 효과가 지속되는 친환경 잡초제거제도 만족스러웠다. 잔디에는 이상 없이 잡초만 제거되어 추가 구매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2020년 스마트기술혁신TF의 활동은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은 TF를 정식협의체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2021년, 스마트기술혁신협의회가 발족했다. TF 활동 때와 마찬가지로 구매담당자와 전문기술직을 고르게 참여시켰다. 공공기관의 구매 목적과 절차는 책임소재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구매 방식과 제품에 대한 전문가가 협의하기 때문에 신속하면서 책임 있는 구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TF 경험으로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기술혁신협의회는 효율적인 혁신제품의 구매를 위해서 공단 전체의 연간 목표액을 설정하고 분기별로 정기회의를 벌여 부서별 혁신제품 관련 정보와 사용 후기, 구매 절차를 공유하기로 했다. 투명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이는 결정이었다. 서로 다른 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좀 더 심도 깊게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도 큰 장점이다. 협의회에선 당장의 필요 제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친환경 제설제를 놓고 ESG 경영과 연결시켜 논의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지속가능성 등 거대한 주제를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제품과 연관시키면서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의 역량이 자연스레 확대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기술협의회는 혁신장터의 홈페이지나 엑스포 박람회 등을 통해 혁신 시제품을 정기적으로 모니터하면서 공단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방안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중이다.
혁신제품 구매는 새로운 업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의 전통이 강한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은 혁신제품 구매를 성가신 추가업무로 받아들이는 대신 전담부서를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조직 혁신, 업무 혁신, 대민 서비스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2021년,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은 1,500만원 이상의 혁신제품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목표액인 750만원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하지만 2020년의 초과 구매실적이나 올해 달성할 구매실적은 앞으로 도봉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이루어낼 미래 성과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