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조달합니다_스타코프

에너지 효율화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혁신기업

내일을 위해 오늘의 편안함을 양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오늘의 노력을, 올바르지만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코프의 사례는 이런 편견을 깨뜨려준다. 스타코프는 가정용 220V 콘센트를 전기자동차 충전용으로 바꿔주는 혁신제품 ‘차지콘’의 제조사다. 차지콘은 전 지구적 에너지 환경문제에 크게 기여하면서도, 내일을 위해 오늘의 편안함을 양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편의성과 경제성을 한꺼번에 잡으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스타코프의 안태효 대표를 만났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에너지 기업

안태효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스타코프를 자동차용 충전기 제조사로 한정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스타코프는 어떤 회사일까? 안태효 대표는 회사 곳곳에 새겨진 스타코프 로고를 가리켰다. “둥근 원을 필라멘트처럼 꼬불꼬불한 선이 가로지르고 있죠? 원은 지구를 나태내고, 선은 네트워크나 회로 또는 인공지능을 상징합니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기술로 에너지를 절감해서 지구를 구하자는 뜻을 담은 로고입니다. 충전 시스템은 눈에 띄어야 해서 로고를 빨간색으로 표시하는데, 원래는 초록색을 메인컬러로 사용합니다. 지구를 그린화 하자는 것이 스타코프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안태효 대표는 인류의 문명과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말을 이었다. “중세 유럽인들은 평생 3벌에서 5벌 정도의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만 벌쯤 입는다고 합니다. 유행이 지나면 버리고 새 옷을 사는 거죠. 인류가 의복을 자유롭게 입기 시작한 건 근대 이후,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부터입니다. 석탄의 증기기관 시대를 거쳐 19세기 후반부터는 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의 대표적인 과학자가 에디슨이죠. 에디슨은 필라멘트 전구 외에도 축음기나 선풍기 등 다양한 전기제품을 발명했습니다. 전기자동차도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기 위해서 발전기를 집집마다 구비해야 했습니다. 지하에서 석탄으로 증기기관을 돌려 자동차를 충전하는 식이었죠. 전기의 에너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려났고, 전기는 주로 조명 용도로 쓰였습니다. 1935년경부터는 석유를 이용한 전기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가 저렴한 에너지인가 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밥을 가스로도 지을 수 있고 연탄으로도 지을 수 있습니다. 이런 연료의 에너지 단가는 전기보다 저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기의 문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기는 원가가 비싸지만 안전합니다. 그리고 데이터센터 등 정보처리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교감 가능한 에너지인 전기가 여기에 가장 적합합니다.”

안태효 대표는 잠시 말을 끊었다고 전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기도 제품이고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 이 서비스는 아주 요상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누수가 심하다는 점입니다. 에너지는 원래 눈에 안 보이니까 그렇다 치고, 낭비되기 쉬운 사실을 살펴보죠. 일반적인 제품은 저장해서 두고두고 팝니다. 그런데 전기는 소비자가 원할 때 가져와서 팔지도 못하고, 잘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기도 어렵습니다. 전기는 빛의 속도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사용하지 못하면 저장해두지도 못합니다. 과부하가 걸리면 위험해지니까 사용되지 않은 건 버립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될 전기의 양을 예측하고 10%를 추가로 생산합니다. 그리고 예측대로 소비가 이루어지면 10%는 버리는 거죠. 한전의 연매출이 60조 정도 되니까 매년 6조 상당의 전기가 버려지는 셈입니다. 많은 것 같나요?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서 그렇지 과거에는 15%를 추가생산해서 버렸습니다. 여름이면 에너지 유보율이 20%라는 식의 뉴스가 나오곤 합니다. 이건 20%의 에너지를 추가로 생산했다는 뜻입니다. 냉방 등으로 전기 사용이 폭증할 걸 예상해서 20%를 더 만들어 버린다는 거죠. 전기는 이렇게 관리하기 힘든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스타코프와 무슨 상관인가 싶으시죠?”

안태효 대표는 빙그레 웃은 후 전기 에너지의 특성 때문에 스타코프라는 기업이 탄생했다 말했다. “에디슨 이후 전기를 추가로 만들어서 에너지 변동에 대비했습니다. 더 만들어서 버리는 식으로요. 스타코프는 지난 백년의 에너지 관리 방식에 도전하는 회사입니다. 세상에는 전기와 관련된 다국적 초대기업이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도 이루지 못한 일을 스타코프 같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 상황을 좀 더 정밀하게 예측한다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게 가능합니다. 이건 과거에도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퇴근할 때 불을 켜둔 채로 나가면 전기 요금이 올라가겠죠? 수위 아저씨가 돌면서 빈 사무실의 불을 끄면 에너지 낭비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이 에너지 사용현황을 계속 확인하려면 에너지 절감 폭보다 임금 부담이 커집니다. 사람이 전기 사용 상황을 계속 체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스타코프는 에너지를 인공지능으로 관리하는 회사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에너지문명을 효율화하겠다는 거죠.”

전기분석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스타코프의 핵심 기술은 에너지 관련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KT의 연구원 출신인 안태효 대표는 에너지의 사용 현황을 분석하는 전문가다. 그는 모니터에 한 회사의 에너지 사용량 변화 그래프를 띄웠다.

“그래프에는 낮은 수준의 에너지 사용량이 일정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건 냉장고입니다. 그리고 오전 9시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났죠? 누군가 출근해서 조명을 켠 겁니다. 여기 갑자기 전기 사용량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는 건 커피머신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베테랑 형사가 범죄현장의 온갖 흔적들을 살피며 범인의 행동을 재구성하듯 안태효 대표는 한 장의 그래프를 놓고 어느 회사의 하루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는 전기제품들마다 사람의 지문처럼 각기 다른 에너지 사용 흔적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코프는 전기회로의 부하를 초당 20회씩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

“자세히 보면 다 보입니다. 사람이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었을 뿐이죠. 이제 전기자동차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우리나라 2,200만 대의 자동차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통계에 따르면 차량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43km였습니다. 2,200만 대의 자동차가 이 정도 거리를 매일 운행하면 연간 25조 원 상당의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그런데 자동차의 연료를 가솔린이나 디젤에서 전기로 바꾸면 에너지 비용은 15조 원 정도로 줄어듭니다.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건 에너지 측면에서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거죠. 그럼 전기자동차 한 대당 충전기는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일반적인 작은 주유소는 3개 정도의 주유기를 갖추고 있으니까, 그 3배 정도면 충분하리란 예측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2015년에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전폭적으로 건설해서 충전기를 엄청나게 깔았는데,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 고장 난 충전기가 다수 나타나는 등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DOE(미국 에너지성)는 3년에 걸쳐 600만 건의 사례를 조사해서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그 내용은 ‘전기자동차는 스마트폰이다’라는 어느 전기자동차 회사 CEO의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기자동차가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에너지 공급 방식에 대한 비유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운행하다가 연료가 떨어질 때쯤 한 번씩 채워주는 식으로 연료를 공급받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 대신 스마트폰처럼 집에서 잠을 자거나 회사에서 일할 때, 남는 시간에 충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료공급 방식이 다르다보니 필요한 충전기의 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차량 2,200만 대가 모두 전기자동차로 대체된다면 그 1.5배인 3,300만 개에서 2배인 4,400만 개의 충전기가 필요하다고 안태효 대표는 주장했다.

“여기저기 충전소를 건설해서 4,400만 개의 충전기를 설치한다고 해보죠. 어느 정도의 대기전력이 필요할까요? 원자력발전소 한 대분의 전기가 필요합니다. 스타코프의 차지콘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일반적인 전기자동차 완속 충전기의 대기전력은 20W 정도 됩니다. 급속 충전기는 200W까지 올라가고요. 그런데 차지콘의 대기전력은 1W 미만입니다. 그것도 기존의 콘센트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예비 전력을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타코프의 차지콘이 원자력발전소 하나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겠죠? 인공지능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이루고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일조하겠다는 스타코프의 기업이념을 이렇게 실현하는 겁니다. 차지콘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이밖에도 많습니다. 지금까진 전기자동차의 충전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려고 두 단계의 예산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충전소를 건설할 때에도, 그 안에도 충전기를 설치할 때에도 비용이 듭니다. 특히 충전소 설립에 많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정에는 이미 집집마다 전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걸 사용하면 되는데 지금까지는 왜 충전소를 다시 만들어 왔을까요? 그것도 전기 에너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선 전기가 필수재에 속합니다. 집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선 가스를 사용하는 게 저렴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가스가 아니라 전기를 씁니다. 집안 전체를 데우는 대신 전기장판으로 아주 국부적인 공간을 덥힙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생존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전기는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선 용도에 따라 전기 요금을 차별화하는 식으로 에너지 사용에 정책적으로 개입합니다. 일반 가정용과 상업용, 산업용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거죠. 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농업용 전기요금은 더 낮추고, 안전인프라와 직접 연결되는 가로등의 전기요금은 더 낮게 설정합니다. 이렇게 전기요금을 달리 책정했는데, 아무 데에서나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게 할 수 없던 겁니다.”

스타코프의 인공지능 기술은 이런 문제에도 해답을 내놓았다. 스타코프는 일반 가정용 콘센트에 인공지능 단말기를 부착해서 전기자동차 충전용 ‘차지콘’으로 개조한다. 차지콘은 전기의 사용 목적을 인공지능으로 확인한다. 평소에는 일반 가정용으로 사용되지만 전기자동차를 접속했을 때에는 이를 알아차리고 디스플레이에 사용권한을 요청한다. 전기자동차 사용자는 미리 발급한 충전카드로 차량을 충전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의 차등화 시스템에는 어떠한 혼란도 발생하지 않는다. 새로 전기충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아무 장소에나 차지콘을 설치할 수 있는 이유다. 차지콘은 가정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기업, 전용 충전소 등 어디에도 설치할 수 있다. 모든 가정과 직장에 스마트폰 충전기를 비치해두듯 아무 공간에서나 편하게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많은 이익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평균적으로 연간 17,000km정도 운행합니다. 이때의 주유비는 300만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전기자동차의 연료비는 연간 45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확실시되는 전기자동차의 이익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뚜렷하다. 스타코프는 충전의 편의성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안태효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스타코프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고 털어놓았다.

“전기장치들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인 IT에선 과감하게 기반을 바꿔버릴 수 있지만 전기는 다릅니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 규격의 틀을 넘어서기 힘든 경우가 흔합니다. 차지콘의 원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제로 개발했습니다. 기술 개발은 잘 진행되었는데, 인증 문제로 상용화할 수가 없다더군요. 기존 규격과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2019년에 개발한 차지콘은 지금보다 작은 콘센트 형태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충전하면 되니까 디스플레이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작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차지콘은 전기를 거래하는 기계에 해당하니까 도량법상 계량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또, 계량기의 기술규격은 디스플레이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도움을 받아 스타코프의 차지콘을 규제혁신샌드박스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차지콘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식으로 개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이맘때부터 한전에서 6개월간 시범서비스를 실시했습니다. 제품 개발 이후 3년 넘게 상용화를 하지 못하니까 적자가 누적되면서 힘든 시기를 버텨야 했습니다. 다행히 상용화 가능성이 열리면서 1차 투자를 받았고,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서 공공기관에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혁신제품으로 선정된 차지콘은
민간시장과 공공시장에 함께 설치되고 있다.
어느 쪽에서도 시장은 매우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올해에만 1만 대 이상의 차지콘이 설치되고,
그 수량은 내년에 5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인프라 선투자 산업인 만큼 충전 포인트의 선점은 의미가 큽니다. 그런 점에서 동사무소나 구청 등 국민들이 많이 찾는 공공기관에 납품되는 것은 홍보 효과도 지대합니다. 내년 정도면 스타코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갖춘 기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 순 없습니다. 현재 해외에서도 스타코프의 차지콘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에도 나라마다 전기산업의 규격과 제한이 존재하니까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기존 제약을 넘어 시장에 진입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혁신제품 선정은 이런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스타코프는 해외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서 지구의 에너지 효율화를 높이는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할 겁니다.”

스타코프가 혁신조달을 타고 에너지 효율화의 선구적 기업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물론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앞장서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