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조달합니다_엔젤로보틱스

로봇으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업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어 공공시장 수의계약 자격까지

지난 2021년 9월, 재활 및 헬스케어 분야의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엔젤로보틱스는 계속 화제를 몰고 다녔다.
시리즈B 투자를 신규 유치했는가 하면, 엔젤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렉스 메디컬’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어 공공시장 수의계약 자격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과연 엔젤로보틱스는 어떤 혁신제품을 갖춘 미래기업일까? 엔젤로보틱스의 정성훈 부대표를 만나 엔젤로보틱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알아봤다.

의료시장의 미래를 새로 쓸 로봇공학자와 전문의의 만남

엔젤로보틱스는 로봇공학자인 공경철 대표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의 나동욱 전문의가 201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공경철 교수는 모교인 서강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게 되었다. 그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로봇에 관심이 컸다. 그래서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동기유발을 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2016년 10월 스위스에서 제1회 사이배슬론이 개최된다는 것이었다. 사이배슬론은 로봇과 장애인의 융합대회다. 장애인들은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기량을 겨루는데, 그 결과는 헬스케어와 재활 분야에서 과학이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된다. 공경철 교수는 사이배슬론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대회에 참여할 장애인도 모집해야 하고, 장애인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면서 로봇 개발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공경철 교수는 로봇치료에 관심이 많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의 나동욱 교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뛰어난 로봇공학자와 장애인의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전문의의 조합은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냈다. 마침내 완전마비 환자용 웨어러블 로봇인 워크온슈트가 만들어졌다. 워크온슈트를 착용자로는 1998년 뺑소니 사고를 겪은 김병욱 선수가 선발되었다. 2016년 10월,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김병욱 선수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공경철 교수팀의 로봇기술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경철 교수와 나동욱 교수는 힘써 개발한 기술이 경기장 밖에서도 사용되길 원했다. 대회 다음해인 2017년 2월, 공경철 교수와 나동욱 교수는 로봇으로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취지로 주식회사 에스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8월에는 기술영업매니저 출신의 정성훈 부대표이사가 회사에 합류했다. 에스지로보틱스는 2018년 9월에 엔젤로보틱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창업초기 엔젤로보틱스는 엘지전자와 업무협약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엔젤로보틱스는 엘지전자의 자금 지원을 받아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슈트 개발을 진행했다. 2019년 상반기에는 50대의 엔젤슈트가 만들어졌다. 엔젤로보틱스는 2019년 3월부터 6월까지 서울재활병원, 로이병원, 연세마두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분당러스크재활병원을 통해 약 50명의 지원자를 모집해서 엔젤슈트를 시험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미라클 프로젝트였다. 미라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챌린지를 담고 있었다. 먼저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의료 로봇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과거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에선 재활 관련 로봇을 구입하는 데 무척 인색했다. 병원 차원에서 재활 관련 로봇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기업보단 해외 업체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국산 재활 로봇의 가격도 병원의 구매를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임상 과정에서 재활환자들은 재활 로봇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지만 로봇을 이용한 치료에 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들은 구매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려웠다. 미라클 프로젝트는 엔젤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에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해줄 기회였다. 엔젤로보틱스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것도 또 하나의 챌린지였다. 사이배슬론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경험이 있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들을 만족시키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미라클 프로젝트는 시장성과 기술 구현을 확인하는 챌린지였다. 50명의 참가자 반응은 뜨거웠다. 참고해야 할 포인트도 있었다. 엔젤슈트는 보행 재활치료 기기가 아니라 보행보조기로 개발했다. 그런데 미라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로봇을 착용하고 걷는 것보다 웨어러블 로봇을 통해 보행치료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장애인 물리치료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하니, 착용자들이 땀을 흘리면서 걷는 행동에 더 쉽게 익숙해지더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성흔 부대표이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미라클 프로젝트에는 시장성이 있는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의 두 가지 챌린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참가자의 반응을 보고 둘 다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참가자의 조건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척추이분증이라는 질병을 앓는 이들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도 50명의 참가자 모집에 약 280명이 지원했으니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보행용 보조기가 아닌 보행치료 로봇으로 개발한 제품이 2020년의 ‘엔젤렉스 메디컬’입니다.”

엔젤렉스 메디컬은 엔젤로보틱스에서 시장에 내놓은 첫 번째 제품이다. 의료기기 인증이 완료되자마자 신촌세브란스 병원은 엔젤렉스 메디컬 3대를 구매했다. 엔젤렉스 메디컬을 활용해서 보행 재활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로봇을 활용한 재활치료 성과를 분석한 논문들도 하나둘 나오면서 점점 더 많은 의료기관에서 엔젤로보틱스의 신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2021년 현재 전국 13개 기관에서 총 16대의 엔젤렉스 메디컬을 구입했다.

사람과 공생하는 엔젤로보틱스의 로봇

엔젤로보틱스에 있어서 로봇이란 무엇일까? 정성훈 대표는 로봇에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도 존재한다고 전제한 후 엔젤로보틱스의 로봇관을 설명했다.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이 할 수 없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기계장치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엔젤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습니다. 선천적인 보행 장애인이나 뇌졸중 등으로 보행 장애가 발생한 환자는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함께 재활치료 활동을 합니다. 처방은 의사가 하지만 실제 치료과정에선 물리치료사의 역할이 무척 큽니다. 그런데 환자의 부축부터 물리치료사의 업무는 너무나 힘듭니다.

“엔젤로보틱스의 로봇은 물리치료사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환자가 치료에 전념하도록 보조해줍니다.
더 적은 힘으로 더 높은 치료효과를 내니까
환자는 물론 물리치료사도
엔젤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을 선호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엔젤로보틱스의 강점은 무엇일까? 정성훈 부대표는 엔젤로보틱스에는 해외 기업에 없는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보행훈련의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은, 입고 걸으면서 보행재활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때 걷는 속도나 보폭은 아주 다양합니다. 해외 제품들은 컴퓨터에 속도와 보폭 등의 정보를 저장해두고 미리 세팅한 값에 맞춰 보행훈련을 진행하게 합니다. 중증 환자라면 보행속도를 느리게 세팅하고, 왼발의 움직임을 더 크게 해야 효과가 높겠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세팅해야 하는 식이죠. 엔젤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은 미리 세팅한 값에 맞춰 작동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착용자의 의도를 판단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합니다. 웨어러블 로봇의 센서가 착용자의 힘과 속도를 파악해서 환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거죠. 세계에서 유일하게 환자의 의도에 맞춰 작동하는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성훈 부대표의 설명이다.

의료용 로봇에서 일반 로봇까지만남

엔젤로보틱스는 창업 후 지금까지 워크온, 엔젤슈트, 엔젤렉스 등 세 종류의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워크온은 완전마비 환자의 보행용 웨어러블 슈트로, 2016년 사이배슬론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엔젤로보틱스의 창업을 이끌어낸 로봇이다. 창업 이후에도 계속 개선이 이루어져 2020년 사이배슬론에선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 석권했다. 2016년의 워크온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에 맞춰 개발한 맞춤복 방식의 로봇이었다면, 2020년 버전은 기성복과 비견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이었다. 누구라도 하루를 착용하고 활동하면, 알고리즘이 착용자의 걷는 방식을 인식해서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보행 패턴을 만들어낸다. 엔젤로보틱스의 기술력은 워크온에 집대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적인 장애인이 워크온을 구입해서 보행 보조로봇으로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시장 여건은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 목적으로 일부 구매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정점에 선 제품인 만큼 워크온은 미래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워크온의 센서 기술은 엔젤슈트와 엔젤렉스에도 적용되었다. 미라클 프로젝트에 등장한 엔젤슈트는 불완전마비 환자의 보행보조 로봇이고, 엔젤렉스는 보행이 아닌 보행치료를 위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이다.

엔젤렉스에 대한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지만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풀어야만 하는 문제가 있다. 로봇치료에 대한 의료수가의 지정이다.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공단과 환자에게 의료서비스의 제공 비용을 청구하게 되는데,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의 급여비를 합한 것을 의료수가라고 한다. 로봇을 치료에 활용하려고 하는 의료기관은 상당한 초기 투자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로봇을 사용한 치료행위에는 별도의 의료수가가 만들어있지 않다. 로봇을 사용해서 보행 재활치료를 하든 물리치료사의 물리적 힘만을 사용하든 의료기관은 일반 보행치료 수가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의료기관이 첨단 로봇을 치료에 활용하길 꺼리도록 만드는 요인이 된다. 로봇을 활용한 치료 효과가 현저한 데도 불구하고 로봇의 도입을 어려워하면 결국 의료수준의 발전 속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헬스케어 및 재활 로봇을 개발하거나 활용하려는 곳에선 로봇을 이용한 보행치료의 별도 수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성훈 부대표는 변화를 낙관하는 표정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자연스러운 요구인 만큼 의료시장에 로봇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 때문인 듯했다. 지난 9월, 엔젤렉스 메디컬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서 엔젤로보틱스는 수의계약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혁신장터를 통해 많은 공공 의료기관에서 엔젤로보틱스의 재활 치료용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게 될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조달청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니까 (엔젤렉스 메디컬의) 혁신제품 지정이 엔젤로보틱스의 공공시장 진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립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보훈병원에서도 구매 예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정성훈 부대표는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의료기기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그 지역의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과 유럽의 기준이 상당히 터프한 펀입니다. 현재 엔젤로보틱스는 미국 FDA와 유럽 의료기기 CE 인증을 준비 중입니다.”

엔젤로보틱스는 병원 밖에서 활용할 웨어러블 로봇도 한창 개발 중이다. “다음에는 작업자용 웨어러블 로봇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작업자는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택배 상하차 작업자를 꼽을 수 있겠죠. 이 일을 하면서 허리를 다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업자를 보조하는 로봇을 곧 내놓으려고 합니다. CJ대한통운과 MOU를 체결해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 가능합니다. 군인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엔젤로보틱스의 사명은 ‘로보틱스 포 베터 라이프(Robotics for Better Life)’입니다. 로봇이라는 기술로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사회는 점점 고령화하는데, 사람의 육체는 긴 수명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로봇이라는 기술로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질 높은 삶을 영위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엔젤로보틱스는 그런 기술을 지향합니다.”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꿈꾼다는 점에서 엔젤로보틱스는 매우 혁신적이고 또한 매우 공공성이 강한 기업이다. 더 많은 환자들이 혁신지향 공공조달 시장을 통해 엔젤로보틱스의 첨단기술로 불편을 해소하길 꿈꾼다. 그리고 엔젤로보틱스가 그 경험들을 토대로 해외에서도 성공하며 K-의료 신화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