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의 임병철 혁신조달기획관은 행정고시 45회를 거쳐 2002년부터 조달청의 다양한 업무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조달청 행정사무관으로 임관한 후 2011년부터 조달청 정보기술용역과장, 국제협력과장, 원자재비축과장, 시설총괄과장, 쇼핑몰기획과장을 거치면서 조달청 주요업무인 물품, 시설, 용역, 비축 등 다양한 공공조달업무를 두루 섭렵하고 2022년 9월 혁신조달기획관으로 임명되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는 조달에만 정통한 것이 아니라 조달청 바깥의 목소리에도 섬세하게 귀를 기울여 왔다. 임병철 혁신조달기획관은 혁신조달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조달청에서 다양한 정책을 운영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조달청은 우수한 혁신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트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전문가를 혁신조달 스카우터로 위촉해서 산업 현장의 첨단기술과 제품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혁신조달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혁신수요경진대회를 통해서는 학생을 포함한 국민의 아이디어도 수집합니다. 수요기관에서 직접 스펙을 결정해서 요청하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매칭 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공공조달을 통한 혁신이 반드시 제품으로 만들어진 다음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를 숙성시켜 기업에 전달하는 절차가 폭넓게 마련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이렇게 되면 혁신조달이 좀 더 확장성 있게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정리하면,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은 국민의 목소리를 더 잘 경청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병철 기획관은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을 수요자 중심의 혁신조달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혁신조달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한 제도입니다. 기존의 혁신조달은 주로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업이 혁신제품의 지정을 신청하고, 공공이 혁신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은 수요자인 국민 중심의 혁신조달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요자인 국민이나 정부가 개선해야 할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먼저 제기하면 민간 전문가가 솔루션을 제기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수요자가 제기한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도록 한 것입니다. 수요자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혁신조달에서 한 단계 나아간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은 국민의 아이디어 또는 공공기관의 문제인식을 구체적으로 숙성시키는 제도다. 예를 들어, 재활용 수거함에서 유리병이 깨지면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이 혁신수요경진대회에서 유리병 파손을 막아주는 수거함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분야의 민간전문가들이 모여 수거함의 바닥 재질과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혁신수요 인큐베이팅은 혁신제품 개발로 연결된다. 구체화한 아이디어의 기술화 또는 제품화는 혁신기업 공모를 통해 담당기업을 선정한다. 조달청의 혁신기업 공모는 공급자제안형과 수요자제안형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국민의 아이디어와 연계한 인큐베이팅 과제는 수요자제안형 혁신기업 공모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혁신기업이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혁신제품 지정을 신청하면, 전문 심사위원의 혁신성 평가를 받게 된다.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은 수요자유제안형 인큐베이팅 사업과 수요·기획 개발형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나뉜다. 수요자유제안형 인큐베이팅 사업은 국민의 아이디어를 혁신조달로 연결하는 것으로, 국민제안시스템 조달청 혁신장터, 행안부 도전한국, 특허청의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제도다. 그리고 수요·기획 개발형 인큐베이팅 사업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의 조달청 협업기관에서 공공의 현안 문제를 발굴하여 제기하면, 전문가의 컨설팅을 거쳐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혁신기업을 찾아 혁신제품을 개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최초의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 사업은 2021년 2월에 조달청과 환경부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태어난 혁신수요 인큐베이팅 1호 혁신제품은 경량 블록형 태양광발전모듈이다. 이 제품은 옥상 노면에 설치해도 하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공공건물에 설치해서 태양광으로 발전한 전력을 얻게 해준다. 탄소중립이 중요하게 떠오르는 시점에 도심에 밀착한 공공기관의 탄소배출을 줄여주는 혁신제품이다. 환경부와 공동 추진했던 수요·기획 개발형 인큐베이팅 사업은 현재 국방부,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경상남도까지 확대하여 운영 중에 있다. 수요자유제안형 인큐베이팅 사업도 같은 해 8월에 처음으로 추진되었다. 사업은 혁신장터의 혁신수요 아이디어를 민간전문가가 포함된 수요개발단에서 과제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수요·기획 개발형 인큐베이팅은 매년 한 차례의 추진기관을 공모하여 선정하고, 추진기관에 적합한 혁신수요 과제를 선정하고, 선정 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해당 분야 민간전문가 중심의 수요개발단을 구성하여 과제를 구체화 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2021년에는 수요·기획 개발형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3건의 혁신제품이 태어났다. 최초의 인큐베이팅 혁신제품인 친환경 경량 블록형 태양광발전모듈과 빗물순환형 LID생태보행로 시스템, 인공지능 순환자원 페트병 회수로봇 등이 그것이다. 빗물순환형 LID생태보행로 시스템은 가로수들 사이의 작은 공간에 빗물을 저장했다가 재활용하도록 하는 물 순환 시스템이다. 도심의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동시에 빗물이 뿌리로 침투해서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준다. LID생태보행로 시스템의 재료로 폐합성수지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환경개선과 쓰레기 저감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순환자원 페트병 회수로봇은 사용이 끝난 플라스틱 페트병을 깨끗하게 분리수거하는 장치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수준은 수거능력에 비례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품질 좋은 자원으로 순환하게 해준다. 페트병 회수에 참여한 사용자는 현금과 다름없는 포인트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임병철 혁신조달기획관은 2022년에도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자율주행 순찰로봇, 청사 관리 효율화를 위한 방역로봇 도입과 상시 방역체계 구축 등 17개의 혁신수요 과제를 발굴하여 혁신제품 공모를 진행중입니다. 2023년부터는 발굴한 혁신수요 과제에 적합한 혁신제품을 찾기 위해서 대한상공회의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과도 협업할 예정입니다. 이들과 공동으로 공공에서 필요한 혁신수요와 기업을 연계하는 혁신수요 매칭데이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임병철 기획관은 국민이나 기업의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한 제안으로 구체화하는 수요자유제안형 인큐베이팅 사업의 추진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수요자유제안형 인큐베이팅 사업은 2021년 8월에 시작하여, 2022년 4월에 26개 과제를 구체화하고 제품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블록체인 기반 증명서 및 인증서 발급·검증·관리 시스템 등 23개 제품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올해 조달청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혁신수요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이 아이디어를 심사·선별하여 인큐베이팅 대상과제 아이디어로 설정하고, 해당 분야 민간전문가 중심의 수요개발단을 구성하여 과제를 구체화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깨지지 않는 재활용 병 수거함입니다. 2022년의 제2차 인큐베이팅 과정에서는 학생 아이디어인 병 수거함을 포함한 60개 과제를 발굴하여 혁신제품 공모 중입니다.”
지금까지 수요자유제안형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환경 분야의 3개 제품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었다. 블록체인 기반 전자 증명서 및 인증서 발급·검증·관리시스템, 전·후면 번호판을 인식해서 단속할 수 있는 고정형 CCTV 시스템, 스마트 절수형 양변기 등이 그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전자 증명서 및 인증서 발급·검증·관리시스템은 공인인증기관이나 실물 신분증 또는 종이 증명서 없이도 비대면 DID인증을 통해 신원증명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중앙화된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도 쉽게 편하게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활용도가 큰 제품이다. 고정형 CCTV 시스템은 전면 번호판이 없는 이륜차를 효과적으로 단속하여 교통상황과 시민 안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균 증식을 방지하는 직수 방식의 스마트 절수형 양변기는 비산 방지와 소음감소 효과가 있어서 보건환경 개선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은 많은 성과를 창출했다. 임병철 기획관은 인큐베이팅 사업 성과에서도 보람을 느끼지만 제도의 취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혁신수요 인큐베이팅 제도는 수요자인 국민 중심의 혁신조달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혁신제품을 발굴하여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국민 중심의 혁신조달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 사업은 혁신조달이 나가고자 하는 국민의 혁신조달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과 기관에서 제안한 아이디어 차원의 혁신수요가 공공수요 인큐베이팅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과제가 구체화되고 마침내 혁신제품으로 나오면 실제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집니다. 혁신제품이 국민 생활환경 가까이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국민 여러분들이 만족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장 보람차게 느껴집니다.”
그는 혁신수요 인큐베이팅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국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나 공공기관에서 제안한 혁신수요는 단순하게 어떠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추상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런 추상적인 내용으로 혁신제품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조달청, 수요기관, 혁신조달전문지원센터, 민간전문가가 모여서 상당기간에 걸쳐 고민하여 과제를 구체화 하였으나, 과제를 해결할 제품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어 담당자들이 어렵고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대한상공회의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협업하여 혁신수요에 맞는 제품을 찾아 나설 예정입니다.”
조달청은 혁신조달이 확대되어 국민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단가계약 제도도 도입한다. 기업이 조달청과 단가계약을 하게 되면 현재와 같이 매번 계약(총액)을 하지 않아도 되고, 조달청 종합쇼핑몰에서 별도의 계약 없이 바로 납품요구를 할 수 있다. 수요기관에서는 번거로운 계약절차를 단순화 할 수 있고, 공공기관 계약담당자들은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행정절차의 간편화를 통해 기업은 판로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혁신제품의 확산은 국민에게 더 큰 행복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임병철 기획관은 조달을 어렵게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달행정은 언제나 국민의 옆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국민 여러분께 공공서비스를 개선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조달청 혁신장터, 행안부 도전한국, 특허청 아이디어로를 통해 제안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혁신제품이 되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동시에 우수한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수준 높은 공공서비스와 우수한 기업의 발굴과 지원은 대한민국 국가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될 테니,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임병철 기획관의 진심어린 목소리는 공공조달에 대한 거리감이 줄어드는 느낌을 준다. 혁신조달 수요 인큐베이팅 제도에는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국민이 중심이 되는 행정을 하려는 조달청의 의지가 담겨 있다. 혁신조달제도의 혁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2023년, 더욱 가깝게 다가올 혁신제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