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조달합니다_한국도로공사

온라인 플랫폼으로
혁신조달과 상생협력의 두마리 토끼를

지난 2021년 12월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2회 혁신조달 경진대회에서 공공기관 부문 대상은 한국도로공사에 돌아갔다. 한국도로공사의 2021년 혁신조달 목표액은 84억5천만원이었는데, 11월에 이미 156억원 상당의 혁신제품을 구매하며 목표액의 2배를 달성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한국도로공사의 실적이 단기간의 구매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중소기업과 상생협력하기 위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온라인 마켓을 구축했고, 우수한 중소기업의 혁신제품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해왔다. 혁신제품이 지속적으로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도화한 것이다.

중소기업과의 포용성장은 한국도로공사의 전통

고속도로는 흔히 국가의 동맥으로 비유되곤 한다. 엄청난 사람과 물류가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며 대한민국의 경제가 순환하도록 만든다. 고속도로는 가장 중요한 사회간접자본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50년간 전국의 고속도로를 만들고 관리해온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물류가 총거리 4,196km에 이르는 33개 노선의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지친 운전자가 허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하는 199개 휴게소도 한국도로공사의 소관이다. 관리 범위가 넓고 환경이 다양한 만큼 한국도로공사는 다양한 노하우와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도로를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도로 이용자들의 편의를 향상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도 계속 도입한다. 외국인은 우리 고속도로 갈림길에 표시된 하늘색과 분홍색 신호에 감탄한다. 복잡한 갈림길에서 차선을 헷갈리지 않고 주행하도록 도와주는 섬세함에 놀란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완성된 도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533km의 19개 신설구간과 26km의 2개 확장구간에선 지금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를 건설할 때도 신기술이 필요하다.

도로는 늘 목적지를 향해 똑같이 뻗어있는 것 같지만 쉬지 않고 혁신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더 쾌적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건설 및 유지보수를 위해 끊임없는 혁신이 진행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연구개발에만 연간 330억 원을 투자하며 더 나은 도로 인프라를 만들어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업무를 한국도로공사 안에서 해결할 순 없다. 때로는 외부 기업이나 연구소와 협업하기도 하는데, 규모나 경험 부족의 한계를 안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매우 소중한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도로공사 통합기술마켓추진단의 황인진 팀장을 만나 중소기업과 상생협력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걸어온 길을 물었다. 황인진 팀장은 한국도로공사에서 고속도로, SOC 및 ICT분야 중소기업 신기술의 인증 및 판로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현재 중소기업과 지속가능한 포용성장을 위해 SOC 기술마켓팀, 도공기술마켓팀, 계약팀, 기업성장응답센터 등 총 4개 팀을 구성하여 상호 유기적인 업무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계약팀 1개 부서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규모도 작아서 효율적인 업무 추진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1월, 공공기관 최초의 중소기업 신기술 지원 플랫폼 운영부서인 도공기술마켓팀을 발족했습니다. 2020년 10월에는 기업규제 발굴 및 개선 창구인 기업성장응답센터, 2021년 8월에는 SOC 및 ICT 분야 중소기업 판로 지원 운영부서인 SOC 기술마켓팀을 구성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렇게 전담 부서를 구성하여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도모,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려고 노력 중입니다.”

중소기업 혁신제품의 산실이 된 신기술온라인플랫폼

2018년 1월에 오픈한 도공기술마켓은 공기업 최초의 신기술온라인플랫폼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중소기업이 조달시장에 참여할 때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조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조달시장 진입 그 자체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었다. 뛰어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 기업도 여러 기관과 현장을 오가며 길 위에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 했다. 판매까지 절차가 너무나 복잡하고, 인맥이 시장 진입을 좌우하기도 했다. 적정 가격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신기술을 갖춘 기업이라면 투명하게 참여해서 심사받고 등록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도공기술마켓은 도공기술마켓 신청,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심사와 등록, 제품 구매의 3단계가 모두 앱에서 이루어진다. 영업과 수주, 홍보를 통합하여,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공정하고 빠르게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정부 인증신기술 등 인증 자격을 보유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이라면 도공기술마켓에 참여할 수 있다.

기술이 있어도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은 도공기술마켓에 환호했다. 2018년 오픈한 후 지금까지 459개 업체가 도공기술마켓에 참여했다. 도공기술마켓에서 670건의 신기술 등록이 이루어졌고, 200개의 수혜기업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도공기술마켓을 통한 총 구매액은 7,200억 수준인데, 내년이면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도공기술마켓은 혁신의 장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공기술마켓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서 2019년 6월에는 신기술 플랫폼인 SOC기술마켓을, 2021년 12월에는 ICT기술마켓을 오픈했다. 도공기술마켓의 운영 노하우를 갖춘 한국도로공사는 SOC기술마켓과 ICT기술마켓에도 주관 기업으로 참여하여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혁신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조달시장 안으로 투명하고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도로공사의 성과는 혁신조달 구매액 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혁신제품 41건 지정, 기술구매 394억원, 기술개발 123억원 등 다양한 평가 부문에서 한국도로공사는 1위를 차지했다. 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 한국도로공사는 혁신조달을 이끄는 선두주자다.

온라인기술마켓에서 혁신제품 지정으로

한국도로공사의 도공기술마켓을 통해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제품으론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앤아이테크의 태양광 LED 도로주행 안전통보 시스템은 태양광과 IoT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다. 고속도로에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행을 돕는 여러 장치들이 있다. 전방의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목적지를 향해 가려면 어떤 차선으로 주행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바닥 표지병 등의 도로주행 안전통보 시스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운전자가 잘못된 차선을 타지 않도록 도와주는 바닥 표지병은 고속도로 이용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보조 장치지만 야간에는 알아보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 지앤아이테크의 태양광 LED 도로주행 안전통보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도로의 다양한 표지판 또는 표지병에 태양광 LED를 장착하고 무선통신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태양광 LED는 별도의 전원공급 없이 작동하며, 무선통신으로 점등 주기, 색깔, 발광 형태 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야간제어시인성이 높아져 교통사고의 40%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앤아이테크의 태양광 LED 도로주행 안전통보 시스템은 도공기술마켓에 등록되고 패스트트랙2를 통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제품을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와 영업소에 설치해서 활용 중이다.

에이엔제이솔루션의 교통사고 음향 검지시스템은 교통사고 충돌음을 감지해서 2차 사고를 방지해준다. 터널이나 교량 등의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연쇄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사고가 발생하면 특정한 소리가 만들어진다. 에이엔제이솔루션은 충돌음, 폭발음,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스키드 음 등 각종 고음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3초 이내에 분석해서 유교상황 여부를 판단한다. 소리를 활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먼지나 안개, 빛과 같은 환경요인에 방해받지 않고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은 2차 사고를 예방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광 LED 도로주행 안전통보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도공기술마켓을 통해 패스트트랙2로 혁신제품에 지정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교통사고 음향 검지시스템을 장대 교량 및 터널에 설치하고 있다.

공공기관 최초로 SOC 기술마켓에 등록된 신기술을 혁신제품에 지정되도록 건의한 사례도 있다. 패스트트랙3는 2020년 처음 만들어진 제도다. 패스트트랙3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4단계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먼저 신청 제품을 SOC기술마켓에 등록하고, SOC기술마켓의 공동검증심의위원회에서 공공성을 심의 받는다. 공공수요 적합성과 지정 필요성, 정책 부합성 등을 평가해서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한국조달연구원에서 공공성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는 공공기관 전문가와 인문·사회·정책 전문가 등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여 공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사회적 편익에 부합하는지, 혁신구매가 필요한지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경제부총리가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조달정책심의회의 최종 의결 과정을 거치면 혁신제품으로 지정된다.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그리고 기술혁신에 매우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지 않다면 패스트트랙3의 과정을 밟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건의로 혁신제품에 지정된 사례는 16건에 이른다. 모든 공공기관을 통털어 가장 높은 수치다. 제품 구매현황으로 따져도 패스트트랙3 제품 구매액의 75%를 한국도로공사에서 소화하고 있다.

제설용 고강도 고무삽날인 HS-RSB는 한국도로공사의 건의로 패스트트랙3 혁신제품에 선정된 사례다. 고속도로에 눈이 쌓이면 사고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빠른 제설작업은 도로 안전에 필수적이다. 고속도로 제설작업에는 쇠로 만든 삽날이 사용되었는데, 하루만 사용해도 심하게 손상되어 교체해야 했다. 삽날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었다. 제설 과정에서 고속도로 파손도 발생하여 추가 조치가 이루어져야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고강도 특수고무로 새로운 삽날을 개발했다. 교체주기는 1일에서 60일로 늘어났고, 도로파손의 부작용도 피할 수 있었다. 제설능력은 향상하고 유지관리 비용은 낮춘 우수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도공기술마켓과 SOC기술마켓에 등록된 후 패스트트랙3를 통해 혁신제품으로 지정되었다.

동반성장과 혁신은 계속된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한국도로공사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황인진 팀장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사업으로 성장디딤돌 제도를 꼽았다. “성장디딤돌은 고속도로 적용실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별도 심의 없이 최초 3회까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별도 금액 제한 없이 수의계약 개념으로 제품 구매가 가능합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43개사의 기술과 제품에 427억 원 가량을 지원했습니다. 중소기업의 초기판로 지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도 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은 미완성된 기술의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하고 기업의 개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구매까지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등 총 4개 사업을 통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51건 270억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 규모 가운데 가장 큽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중소기업의 혁신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혁신제품 구매에 앞장서 왔다. 혁신조달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제2회 혁신조달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황인진 팀장은 혁신조달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포용 성장하려는 오랜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기업의 기술과 제품의 품질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집니다. 이런 선입견은 중소기업 제품의 사용을 주저하는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중소기업 제품의 규격·품질 등을 엄격히 심사·검증하여 중소기업 기술력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직원들이 중소기업의 혁신기술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비결은 중소기업과의 지속가능한 포용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국도로공사는 혁신조달 정책에 부응하는 으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중소기업과의 지속적인 포용성장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기술개발부터 판로 확보까지 한국도로공사는 늘 중소기업의 옆에서 혁신을 지원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한국도로공사와 함께하는 기술 기업들은 지속 혁신하며 대한민국의 미래에 더 밝은 길을 닦아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