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조달합니다_티엔에프 에이아이

아동의 정서심리 진단 소프트웨어로
사회문제를 조기 예방한다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감성인지와 AI기반으로 하는 ICT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아동과 부모의 정서 현황을 사전점검하는 자가테스트 앱서비스 '아이그림 P9'을 개발했다. 아이그림P9은 그림을 통해 정서 현황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이상이 있다면 솔루션까지 제공한다.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혁신조달 제품 인증을 받고 제2회 혁신조달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육아 및 교육에 대한 부담이 극심하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문제로 고민 중인 대한민국에서 공공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티엔에프 에이아이의 아이그림P9은 중앙정부, 교육청, 지자체 등에서 대민 서비스로 지원되고 있다.

모든 가정의 고민은 사회문제다

이성옥 대표가 2012년 티엔에프 에이아이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그녀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가정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어린 아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았고, 문제의 원인을 찾다가 미술치료를 만나게 되었다. 이성옥 대표는 미술치료의 진단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제게 문제가 있다고 하니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상담을 받다가 아이와 제 모습을 가만히 살펴봤어요. 다시 제대로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동 발달에 대해 공부하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제게 있었던 거예요.”

이성옥 대표는 육아 과정에서 많은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트레스는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거예요.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나오는 거죠. 많은 경우,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에게서 시작됩니다.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 취약성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면 화를 냅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소극적이고 위축된 모습을 보면 과거 소극적이고 위축되었던 자신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자신이 겪었던 힘든 순간들을 중첩시킵니다. 부당했던 일, 불합리하게 생각되는 일, 상처받았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소극적이고 위축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겪었다고 여기면서, 아이가 나중에 똑같은 상처를 받을까봐 불안해집니다. 반대로, 어른들은 자신의 성공한 경험을 아이에게 강조하고, 자신이 행동한 경험을 강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잘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그들 자신도 한 명의 독립된 개체니까 당연한 거죠. 부모의 요구와 아이의 대응이 다르니 갈등이 만들어집니다.”

이성옥 대표는 어린 아들과 갈등을 빚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었고, 돌이켜보면 객관적으로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 가정이건 아이를 키우다보면 소소한 문제들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그녀의 경험은 개인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것이었다. 이성옥 대표는 또래 부모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 역시 자신과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동심리와 인지발달에 대해 공부한 이성옥 대표는 아동과 부모의 스트레스가 일반적인 문제지만 묻어 넘기지 말아야 할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작은 문제들이 계속 쌓이다가 어느 순간 터져버리면서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성옥 대표는 개인적인 고민이 보편적인 사회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문제 해결에 일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개 아이의 상태를 미리 알지 못합니다. 문제가 터진 후에야 알게 되는 거죠. 저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미리 살펴보고, 부모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진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창업의 계기였죠.”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접근성을 높이다

창업 초기의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IT와 무관한 회사였다. 이성옥 대표가 창업과 동시에 처음으로 등록한 특허는 ‘아동심리와 부모스트레스의 상관성을 분석하여 정서관리를 하는’ BM특허였다.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이 특허를 기반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찾아가서 대면서비스를 하던 회사였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분석하고 설문 테스트를 벌인 다음 직접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서 진단과 상담을 진행하며 정서심리를 관리했다. 연구소를 설립하고 석박사들과 함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 비용은 매우 낮았다. 고학력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만큼 회사는 수입을 내지 못했다. 5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폐업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을 정리하려고 이성옥 대표는 쌓여 있던 그림들과 서류들을 정리했다. 서류에는 아동과 부모들의 스트레스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이성옥 대표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과 스트레스에 연령대별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성옥 대표는 1:1 대면으로 진행하던 서비스를 데이터 기반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전환할 방안을 모색했다. 티엔에프 에이아이 사업의 본질은 유지하되 접근 방식은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그림을 통해 아이와 부모의 정서 상태를 점검하는 티엔에프 에이아이의 대면 서비스는 문제를 사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두 가지 한계가 존재했다. 먼저, 아이와 부모를 직접 면담해서 진단하려면 전문 인력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서비스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카운슬링 제도가 보편화된 서구에선 심리상담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이 없거나 매우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녀의 심리상담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부모가 자녀 양육에 실패했거나, 자녀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사회적 선입견이 아직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앱 형태로 정서 상태를 자가 진단한다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경제적 비용도 낮추어지고, 진단에 다가가는 심리적 부담도 낮아진다. 아이들의 그림을 자가진단해서 정서적 위기신호를 진단하는 아이그림P9은 이런 배경에서 개발되었다.

이성옥 대표는 아이의 정서 상태를 진단해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하면서 이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시공간의 제약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전문가들을 만나긴 쉽지 않았죠. 문제를 인지해도 참고 견디는 분도 많았어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러니 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도 많았고, 아예 문제의 낌새조차 모르는 분도 많았어요. 그런데 아이 정서의 이상 징후를 그냥 넘기면 생각보다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삐뚤어지면 부모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부부관계도 악화됩니다. 아이를 돌보겠다며 엄마가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은데, 가정의 경제 문제가 나빠지면서 가족끼리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럼 아이는 더 엇나갑니다. 악순환이 벌어지는 거죠.”

정서에 이상이 발생했거나 그러한 조짐이 있는 아이들의 그림은 특별하다. 일반적인 또래 아이들과 다른 색깔을 사용하기도 하고, 그림의 형태가 매우 공격적으로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이성옥 대표는 다년간의 상담 경험과 아이들의 그림 데이터에 인공지능을 결합하기 위해 국가R&D에 지원했다.

“처음부터 제품의 판로로 공공 영역을 생각했어요. 많은 가정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상담센터에서 가족 상담을 하면 기본적으로 백만원 단위의 비용이 드니까요. 공공에서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정서 및 심리 관리를 하면 낮은 비용으로 공통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심리상담 그 자체로 부담을 가집니다. 자신들이 육아를 잘못한 건 아닌지 두려운 거죠. 앱으로 자가 진단을 하면 심리적으로도 편안합니다. 접근성이 높아지는 거죠.”

하지만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국가R&D 지원 심사에서 5년간 계속 떨어졌다. 초기의 접근 방향이 IT보다 인지 심리에 집중되었던 게 원인이라고, 이성옥 대표는 판단한다. 2017년,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그간의 경험을 IT와 접목해서 중기부 창업성장 기술개발자금 1억5천만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후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기술고도화와 상용화를 꾸준히 시도했다. 그간의 데이터들을 정리해서 아이들 그림의 연령대별 패턴을 정리해서 데이터셋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융합했다. 딥러닝 학습을 통해 분석의 정확성과 일관성, 다양성과 생산성도 확보해갔다. 그런데 제품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판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2019년, 이런 상황에서 혁신시제품 공고가 났다. 이성옥 대표는 즉시 혁신시제품 과제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절박했기 때문에 정말 진심을 다해 과제 준비를 했고 감사하게도 혁신시제품과 시범구매까지 선정이 됐어요. 시범구매사업을 5개 시도에 홍보했는데 4개 시도가 시범구매 사업 매칭을 신청해왔습니다. 그리고 충북교육청과 최종적으로 매칭 되었습니다. 아동학대 이슈는 매년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충북교육청은 이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자는 목적으로 티엔에프 에이아이의 솔루션을 도입했습니다. 도내 11개 시군에서 190개가 넘는 유치원의 학부모들이 앱서비스를 이용했어요.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자가 테스트는 학부모들의 98%가 만족할 만큼 반응이 좋았습니다. 테스트 후에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전체 3,000명의 아동 가운데 31%인 930명 정도가 정서적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관심 또는 위험군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실증기관인 유아교육진흥원과 이들을 위한 대면/비대면 연계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이 가운데 5.8%인 요보호 대상은 집중케어를 받았습니다. 저희는 혁신시제품 시범구매사업을 통해서 인증과 검증 그리고 실증을 완료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 일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면서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티엔에프 에이아이의 임직원은 우리 제품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공공조달로 판로를 확보하며 스케일 업!

이성옥 대표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역시 판로 확보였다.

“혁신제품 지정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렸고, 전시회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혁신제품 홍보에 집중했습니다. 시범구매를 통해 입증된 데이터 분석 자료와 시장 실증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10개의 공공기관을 거래처로 확보했습니다. 이제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공공조달을 통해 아이그림P9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공공기관을 통해 저희 앱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달 구매가 되면, 각 기관에 전용코드가 생성이 되고, 이 코드로 접속하셔서 로그인 하고, 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용자가 자가 테스트를 진행하면, 인공지능이 먼저 결과를 분석합니다. 이 1차 결과물을 전문가들이 최종 검토한 다음 3일 이내에 솔루션과 함께 서비스 이용자에게 문자로 발송합니다. 모든 과정은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DNA’가 확고한 기업입니다. 디자인(Design),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에 강점이 있다는 뜻인데요, 솔루션을 받은 부모님의 10% 정도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전화를 거세요.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MOU체결 전문 상담기관으로 연결해드립니다.”

공공기관 납품 실적은 기업과 제품 신뢰도를 높여줬고, 해외에서도 티엔에프 에이아이의 혁신제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호주와 미국에서 조인트벤처 설립을 진행 중입니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되고 얼마 후 과기부 산하 기관에서 혁신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는 사업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사업 신청을 해서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20만 건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주 유니크한 데이터입니다. 게다가 아동의 그림은 비정형성이 강해서 인공지능으로 규칙을 찾아내고 솔루션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수년에 걸쳐 자료를 축적하고 패턴을 분석하며 데이터를 정제해왔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유아기 정서심리를 미리 진단하는 건 의미 있는 일입니다. 유아의 정서심리 불안이 초등학생 시기로 이어지면 학업부진과 환경부적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청소년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죠. 가정, 사회, 출산율 문제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아이그림P9은 정서심리를 조기진단해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예방해줄 것입니다.”

티엔에프 에이아이의 아이그림P9은 높은 공공성을 인정받아 제2회 혁신조달 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혁신제품 인증과 수상은 의미 깊은 일이다.

“사실 제조 기반의 매출 볼륨이 크기 때문에 저희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혁신제품으로 공공시장에 진입한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 같습니다. 대단한 혁신제품들 사이에서 수상하게 된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티엔에프 에이아이의 기업 미션은, 인간을 돕는 따뜻한 기술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일조하는 것입니다. 이번 수상으로 우리가 믿는 가치의 본질을 기술로 더 잘 구현하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앞으로 티엔에프 에이아이는 글로벌 K-이모션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해 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