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조달합니다_제브라앤시퀀스

도시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스마트 횡단보도 철주 개발기업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인도와 차도가 교차하는 횡단보도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걱정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제브라앤시퀀스는 스마트 철주 설치로 횡단보도를 안전 거점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보행자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철주는 미아를 포함한 실종자 탐색 기능까지 갖추었다. 제2회 혁신조달 경진대회 금상에 빛나는 제브라앤시퀀스의 혁신 기술을 살펴본다.

보행자 중심의 횡단보도를 꿈꾸며 기술 개발에 나서다

제브라앤시퀀스는 스마트 횡단보도 철주를 만드는 회사다. 사명은 제브라크로싱(Zebra Crossing)과 시스템시퀀스(System Sequence)를 합성한 것이다. 제브라크로싱은 횡단보도를 가리키는 영국식 영어 단어이고, 시스템시퀀스는 유괴나 실종, 도난을 포함한 시스템 안전을 구조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오동근 대표는 횡단보도의 철주를 활용해서 교통안전과 사회 안전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오동근 대표는 6년 전 도로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다행히 아이를 찾았지만 충격은 그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아이와 관련해서 오동근 대표가 가슴을 졸인 적은 그 전에도 많았다.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한 이후 바깥에만 나가면 늘 불안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비슷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차도 근처에만 가면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난폭 차량을 만나진 않을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오동근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대기업 재직 시절 영국 런던 근교에서 머물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몸을 돌리기만 해도 멈추어서던 차량을 보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보행자가 차량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우리나라에서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는 자동차가 아니라 보행자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그는 새삼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횡단보도도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횡단보도 철주에 실종자 표시 기능을 덧붙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횡단보도 철주는 이렇게 오동근 대표의 실제 경험에서 태어났다.

운전자에게만 보이는 신호가 필요하다

제브라앤시퀀스는 6년 전부터 보행자 중심 횡단보도를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횡단보도에 차단기를 설치해보니 낮에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밤이 되자 물리적인 보행 저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무단횡단이 오히려 늘어나고 사고 위험성이 높아졌다. 또, 아이를 비롯한 사람이 차단기에 매달려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생겼다. 사람이 다치지 않더라도 차단기가 파손될 경우 횡단보도 고유의 기능이 무시되면서 오히려 무단횡단이 빈번해지고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음성안내를 반복하는 것도 부작용이 컸다. 특히 한여름이면 근처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에게 소음공해로 작용하며 거부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횡단보도에서 강한 빛을 쏘는 방법도 고려해봤다. 하지만 강한 빛은 보행자의 시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환한 빛에 노출된 눈이 어두워지는 상황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서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충돌하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동근 대표는 보행자용 신호등에 별도의 광원을 장착하는 데 부정적이다. “횡단보도의 라이트는 보행용 녹색신호등 하나로 충분하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횡단보도에선 누구나 보행용 초록빛만 바라보면서 건너갈 순간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모두 준비하고 있다가 신호가 바뀌면 빨리 건너가야 합니다. 횡단보도에선 체류시간이 짧아야 사고 요인이 줄어듭니다.”

오동근 대표는 같은 이유로 횡단보도 근처의 광고물도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행자의 시선을 분산하고 횡단 지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눈길을 끄는 장치는 오히려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브라앤시퀀스는 보행자의 시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운전자에게만 주의를 주는 시스템의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다년간의 연구 끝에 보행자 중심의 스마트 철주를 개발했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에는 고휘도 LED 모니터가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운전자를 향해 그 각도를 45도 비틀었기 때문에 보행자의 시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모니터는 3초 점등 3초 점멸하는 식으로 작동하며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한다. 안전속도나 차량 주행속도를 알려줄 수도 있고, 미세먼지나 불법 주정차 상황 등을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량 운전자에겐 선명하게 잘 보이는 시인성도 장점이다. 고휘도 LED를 채택했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깊은 밤에도 운전자의 눈길을 잡을 수 있다.

실종자를 찾아주는 스마트 철주

제브라앤시퀀스의 철주가 특별한 것은 ICT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철주는 자동차의 블랙박스처럼 계속해서 주변 상황을 촬영한다. 그리고 촬영된 사람들의 안면을 인식한다. 보행자 안면인식시스템은 가만히 서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동 중인 보행자의 얼굴을 스캔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브라앤시퀀스에서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이를 잃어버렸던 오동근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그는 실종된 이를 찾는 가족의 마음을 안다. 우리나라에선 많은 실종자가 발생한다. 영유아 뿐만 아니라 치매노인과 지적 장애인이 보호자를 놓치고 도로 위를 떠돈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경찰에 신고 접수된 실종자는 21,551명의 아동, 8,360명의 지적 장애인, 12,479명의 치매질환자, 기타 75,432명으로 12만 명에 가깝다. 경찰에 신고 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연간 20만 명 정도가 실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들은 실종자를 찾아 거리를 뒤지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나진 않는다. 안타깝게도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실종 문제는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치매질환자의 실종 신고는 2017년 이후 매년 1만 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이 개인정보 보호와 상충되지 않는지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제브라앤시퀀스의 안면인식 시스템은 1:1 방식이 아니라 다수 가운데 특정인을 찾는 1:N 방식으로 작동한다. 실종자 가족이 제시한 사진을 기반으로 경찰관 입회하에 실종 등록된 대상자만 검색하도록 하여 개인정보가 오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는 위치추적용 태그와도 연동된다. 제브라앤시퀀스에서 개발한 전용 태그를 옷이나 가방 등에 부착하면 스마트 철주 60m 지점에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아이는 물론이고 치매 노인이나 정신 장애인을 보호할 때 큰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태그는 손톱 정도 크기이기 때문에 목걸이나 시계 등의 추적 장치에 비해 사용자가 거추장스럽게 느끼지 않는다. 사용자 저항감이 낮은 것이다. 크기가 작아서 눈에 도드라지지 않기 때문에 납치 사건이 발생해도 유괴범이 알아채기 어렵다. 처음 태그를 구입해서 앱에 등록할 때 약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매달 별도의 사용요금이 부과되지 않아서 경제적 부담도 적다.

막 걷기 시작한 아이를 둔 부모에게 횡단보도는 겁나는 장소다. 2020년 7월, 행정안전부는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구역을 점검했다. 그리고 의미 있는 데이터들을 다수 얻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상황에 대한 것이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72%는 도로 횡단 도중에 발생했다. 또한 사고 원인의 절반은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는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아동 보호의 거점으로 바꾸어놓는다.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환기시키고, 실종자를 찾는 레이더로도 활용 가능하다. 아동의 이동경로도 확인할 수 있다.

꾸준한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혁신조달로 상용화에 들어가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는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면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실제 안정성과 내구성은 어떨까? 제브라앤시퀀스 스마트 철주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오동근 대표는 창업 이전인 2014년 10월에 이미 실종 및 범죄예방 기능이 추가된 ICT 융합 횡단보도의 특허와 상표, 디자인을 등록했다. 2015년 12월 제브라앤시퀀스가 출범했고, 2016년 5월에는 최초의 스마트 철주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제물포역 인근에 시범 설치했다. 초기에 스마트 철주를 눈여겨 본 주민은 많지 않았다. 스마트 철주가 차량 운전자에겐 점멸 신호를 보냈지만 보행자의 시선을 잡아끌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작은 변화가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주민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CCTV 녹화 기능을 갖추어서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조용히 자리를 지킨 스마트 철주는 3년이 지나도록 잔고장도 일으키지 않았다. 내구성에서도 흠잡을 데 없었던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스마트 철주는 2017년 12월 김포국제공항에 설치되었고, 2018년 4월에는 조달청과 나라장터에 벤처우수조달 등록이 이루어졌다.

스마트 철주에 도입된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평가도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졌다. 제브라앤시퀀스의 보행자 안면인식 기술은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일반 CCTV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2018년 2월,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에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되었다. 인식거리 8미터 이내에서 등록된 대상자의 얼굴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같은 해 12월, 도로교통공단 인천송도 운전면허시험장에도 적용되었다. 대리시험 같은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안면인식 기술은 움직이는 보행자의 얼굴도 정확히 잡아냈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는 공공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도시의 안전성을 복합적으로 높여주는 스마트 철주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특히 미래형 거주공간인 스마트시티에서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를 찾았다. 2019년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스마트시티 특별관에 초청받았고, 2020년 3월에는 국토부 LH공사의 평택고덕 스마트도시에 스마트 철주 설치가 시작되었다.

2020년 10월에는 중기부 주관 우수연구개발혁신제품으로 지정되었다. 혁신장터에 들어가면서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는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게 되었다. 곧장 공공기관과의 계약이 이어졌다. 2020년 10월, 경기도 시흥시청과 한국공항공사가 스마트 철주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두 달 뒤인 12월에 제품 설치가 이루어졌다. 제주국제공항에 스마트 철주 17기가, 경기도 시흥의 장곡초등학교와 산현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도 16기가 자리를 잡았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는 횡단보도를 도시안전의 거점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2021년 12월, 제브라앤시퀀스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혁신조달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오동근 대표는 “혁신조달 경진대회의 뛰어난 제품들이 단기적인 판매로 끝나지 않고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속적으로 구매 정책을 강화해주길 바란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혁신장터는 오동근 대표의 바람대로 뛰어난 혁신 제품이 대한민국에서 확고히 자리 잡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혁신적인 제품들은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도록 기능할 것이다. 제브라앤시퀀스의 스마트 철주가 대한민국을 더욱 안전한 사회로 조용히 바꾸어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